[매일일보] ◆ 호모 헌드레드 시대, 우리는
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 경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통계청은 예상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발표 내용을 보면 한국은 고령화가 OECD 37개국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2041년에는 셋 중 한 명이 노인인 나라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OECD 1위로,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한국은 ‘노인 지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용어가 있다. 의학기술 등의 발달로 100세 장수가 보편화된 시대의 인간을 지칭한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금년 1월 말 기준 100세 이상 인구는 22,120명으로 지난해 1월 기준 20,381명보다 1,739명이 늘어났고, 2010년 2,622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여 년 만에 19,498명이 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2019년 기준 83.3세이며, 1900년대 40세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매년 0.32년 증가하는 셈이다. 미국에서 출판된 ‘100세 인생(The 100-year life)’에는 2017년경에 태어나는 아이는 기대수명이 107세 정도라 언급한 바 있다.
평균연령을 감안해서 본인 나이를 빼면 추정 잔여 수명이 산출되는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잠자는 시간이 인생의 30% 정도는 된다. 따라서 온전히 생각하며,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 건강과 수명
건강과 수명에 대한 연구를 보면 수명은 건강에 관련은 있지만 지위감이나 사회관계망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연관이 있다.
사람의 수명은 교육수준이나 소득수준보다 지위감이 인간의 수명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밝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마이클 마못 교수의 주장에 근거한다.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하워드 프리드먼 교수가 진행한 80여 년간의 연구에서는 성실하고 인내심이 많고 책임감이 높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결과도 있다.
장수가 호흡과 관련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거북이의 장수 비결은 느리면서 깊은 호흡을 한다는 것인데, 모든 생물은 호흡수를 갖고 태어났다고 여기는 데서 출발한다. 빠르고 짧게 호흡하는 동물은 수명이 짧고, 느리고 길게 호흡하는 동물이 장수한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현재에 집중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나 명상으로 긴 호흡을 하면 장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누구일까? 기네스북에 오른 프랑스의 잔 루이스 칼망 여사다. 그녀는 1997년 12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녀와 연관된 일화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프랑스 남부 지방인 아를(Arles)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 적에 화방에서 고흐를 만났다. 그래서 고흐를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었다. 두 번째 일화는 잔 루이스 칼망이 90세가 되던 해에, 47세 된 이웃 사람과 특별한 계약을 맺었다. 매달 200만 원을 30년을 주기로 하고 만약 그녀가 사망하면 그 집을 갖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120세가 되던 해, 그 남자는 77세의 나이로 먼저 사망한다. 결국 집도 보존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일화라서 소개했다.
참고로 비공식적으로 최장기간 장수한 사람은 영국의 ‘토머스 파(Thomas Parr)’라는 남자다. 그는 152세까지 살았다고 하는데, 장수의 의미로 ‘올드 파(Old Parr)’의 이름이 붙은 양주(洋酒)가 시판되고 있다.
◆ 나이와 행복
언론을 보면 나이를 잊고 열정적으로 사는 노인들이 많다. 일종의 액티브 시니어라 할 수 있다.
‘약해지지마’ 제목의 시로 유명한 일본의 시바타 도요는 98세에 시인으로 등단해서 150만부의 시집을 판매했다. 대만의 96세인 자오 무허는 95세에 대학원에 입학해 98세에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 전국노래자랑의 송해가 액티브 시니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시기심도 늘어나기도 하지만 행복도도 증가한다. 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슨 교수는 ‘사회 정서적 선택이론’에서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어 하는지는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라고 했다.
결국 나이 들어갈수록 남은 기간을 감안하여 모든 일에 만족하고 내려놓는 자세가 행복도를 결정한다. 김형석 교수는 60~70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행복도가 올라가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보도가 있다.
◆ 은퇴와 노후준비
2017년 잡코리아 조사 결과 직장인 체감 퇴직 연령은 51.7세였다. 대기업 49.8세, 중소기업 51.7세, 공기업 53.9세였다. 50대 중반의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나이에 대부분 그만둔다.
60세부터 65세 사이에 국민연금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소득의 크레바스(Income Crevasse) 기간은 11년에서 15년 정도 되는 셈이다.
올해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자본주의 키즈’를 유행어로 선정했다. 돈과 소비에 대한 편견이 없고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거리낌이 없이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데이트를 하면서 부동산을 보러 다니거나 주식 얘기에 스스럼이 없는 경우를 많이 본다.
행복은 충동적으로, 걱정은 계획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파이어(FIRE) 족이 되는 게 로망이다. 있는 돈 긁어 모아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그 현상의 하나로 보인다. 파이어족이란 영어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 이른 시기에 돈을 벌어 조기에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수를 하게 되면서 필요한 자금을 이른 시기에 준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게 사회 현상이 되고 주류 문화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한 경기 부진 등으로 어느 때보다 자본주의 키즈, 파이어족, 금(金)퇴족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장수하는 것이 축복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준비 없는 노년은 재앙일 수 있다는 건데 호모 헌드레드 시대, 4가지 사회 문제는 빈곤, 무직, 질병, 소외 등이다.
일본에서 하류 노인, 늙어서까지 일하는 노인을 뜻하는 과로 노인이라는 책이 각각 출간됐다. 하류 노인의 특징은 첫째, 수입이 거의 없다 둘째, 충분한 저축이 없다 셋째, 의지할 사람이 없다가 주요 특징이다. 한 마디로 하류노인은 기초 생활 수급액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및 그렇게 될 우려가 있는 고령자를 이른다. 결국 재정적인 독립을 하지 않으면 인생 후반이 초라해질 수 있다.
◆ 나이 들면 진지한 여가 필요
나이 들면 ‘진지한 여가(Serious Leisure)’를 취미로 가질 필요가 있다. 자원봉사 등과 같은 것으로 장기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취감이나 자아실현의 보상이 주어진다. 이에 비해 일상적 여가는 산책, 게임 등 단기간 활동으로 휴식, 재충전 정도의 보상이 주어지는 여가를 말한다.
자원봉사는 삶의 충만감을 주는 일이다.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 돈, 관심, 연민을 사용하면 나만 생각하는 사람보다 충만감을 느낀다”다고 스텐퍼드대 켈리 맥고니걸 교수가 말한 바 있다.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욕구 위계 이론의 최상위에 자아실현이 위치하지만, 기여(contribution)가 더 상위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돈 걱정 없이 살려면 얼마가 있어야 할까? 욕심을 줄이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행복은 욕망하는 것을 가진 것으로 나눈 값이다. 욕망을 줄이면 그만큼 행복하다.
영국의 작가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앨리스와 고양이의 대화가 나온다. “내가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 줄래?”라고 앨리스가 말하자 고양이는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 건지에 달렸어”라고 대답한다. “난 어디라도 상관없는데”라고 하자 고양이는 “그럼 어디로든 가면 되지”라고 답변한다.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재무설계이고, 노력,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다. 어느 길로 갈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그게 이 시점에 단 하나의 질문이다.
다음 편에는 국민연금, 연금 상품 등 실질적인 노후 자금마련계획, 절세계획 등에 대해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