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태우기, 해충 방제효과 거의 없어
[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농촌진흥청은 논두렁 태우기가 월동 해충방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한 결과, 해충 방제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해 1월부터 충남, 전북, 경북 도농업기술원과 함께 논, 밭두렁에서 월동하는 병해충의 종류와 밀도를 조사해 논두렁 태우기 효과 여부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친환경 재배 논, 논두렁이나 관행 농업지역 모두에서 농사에 도움이 되는 익충류(80%∼97%)의 월동 밀도가 월등히 높았으며, 해충류(5%∼7%) 밀도는 극히 낮았다. 또한 기타 절지동물류(2%∼3%)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논두렁을 태운 후에는 논과 논두렁 내 익충의 밀도가 크게 감소했고, 소각 이후 4주가 지날 때까지 밀도 회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논두렁 태우기가 농작물 생육기 해충 발생량과 피해량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5월 하순 모내기 직후부터 10월 중하순 수확기까지 주요 해충 6종(벼멸구, 애멸구, 흰등멸구, 혹명나방, 먹노린재, 벼물바구미)의 발생량과 피해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소각한 농경지와 소각하지 않은 농경지에서의 해충 발생량과 피해량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논두렁 소각 효과를 밝히기 위해 친환경 농업지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먹노린재’의 월동 성충을 채집한 뒤 3cm, 5cm, 10cm 깊이에 각각 묻고 지푸라기를 덮어 소각했다. 그 결과, 월동 중인 해충이 잠들어 있는 땅 속 온도 변화가 극히 적어 열기로 타 죽은 먹노린재도 거의 없었다.
농촌진흥청 김현란 작물보호과장은 “논두렁 태우기는 땅 속에서 월동하는 해충 방제 효과는 거의 없고, 농사에 도움이 되는 익충류를 더 많이 죽게 한다”며 “오히려 산불, 미세먼지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정월대보름 전후 논두렁 태우기를 자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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