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3일~4일, 포도 3개월, 잎채소 2배 더 싱싱하게 유지… 판매기간 연장, 출하시기 조절, 수출국 다변화 등 기여
[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신선도 유지기술’이 농식품 수출과 국내 유통에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신선 농산물의 판매기간을 늘려주는 것은 물론, 출하시기 조절을 통해 높은 가격에 수출할 수 있고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과일·채소의 물러짐이나 부패 등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신선도 유지기술’을 수출과 국내 유통에 적용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대표 수출품목 중 하나인 ‘딸기’는 물러짐과 곰팡이 발생이 쉬워, 선박으로 수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딸기에 ‘이산화탄소(CO₂)와 이산화염소(ClO₂)를 동시에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딸기에 이산화탄소를 30% 농도로 3시간 처리하고 이와 동시에 이산화염소 10ppm을 30분간 함께 처리하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물러짐과 부패를 15%∼20%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존 7일~10일이었던 저온(2℃)에서의 신선도를 10일∼14일로 3일∼4일간 연장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 기술을 적용한 ‘이산화탄소·이산화염소 동시 복합 처리기’를 만들어, 딸기 수출 단지인 충남 논산과 경남 진주 등에 보급해 동남아 딸기 수출 확대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선박 수출 시 물러짐 등으로 잦은 클레임(이의제기)이 발생했던 ‘포도’에는 ‘MA(Modified Atmosphere)포장기술’이 적용돼, 수출길을 넓히는 데 한몫했다. 이 기술은 포장상자에 유공비닐·흡습지·유황패드를 이용해 포도를 보관하고 운송온도를 0℃로 유지하는 것으로, 저장기간을 기존 2개월에서 5개월로 3개월이나 연장할 수 있다.
이 기술 덕분에 포도의 장기 저장유통이 가능해져, 중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또한 ‘홍수출하’가 아닌 ‘분산출하’를 할 수 있어, 중국 명절 등에 맞춰 수출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포도 수출액은 전년보다 32.4% 증가한 312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근 가파르게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쉽게 시들어 버리는 상추 등 잎채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개발한 ‘숨 쉬는 포장 용기’는 신선도 유지기간을 2배 이상 늘리며 잎채소 유통시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숨 쉬는 포장 용기’는 잎채소의 호흡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에틸렌을 효과적으로 흡착할 수 있는 ‘야자수 활성탄’과 부패와 냄새를 억제하는 항균 기능이 있는 ‘키토산’을 사용해 만든 용기다. 이 용기를 이용하면 상추의 저장기간을 상온에서는 기존 2일에서 4일로, 4℃에서는 기존 10일에서 25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와 긴 장마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75억 6500만 달러로, 전년보다 7.7% 늘었다. 이 중 신선 수출액은 14억 2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홍윤표 저장유통과장은 “농산물은 신선함이 품질과 가격을 좌우하는 만큼 품목별 특성에 맞는 포장기술과 물러짐이나 부패를 억제할 수 있는 환경제어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유통 및 수출현장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 논산 농협 이화중 대리는 “이산화탄소·이산화염소 동시 복합 처리기 덕분에 수출 클레임이 많이 줄고, 좀 더 신선한 딸기를 수출할 수 있어 한국산 딸기의 이미지가 크게 향상됐다”며 “앞으로는 동남아 전역으로 수출시장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