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동맹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의 발호를 저지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구상이 첫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협의체)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화됐다. 핵심은 5G 네트워크 기술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진출을 봉쇄하는 것으로, 쿼드 4개국은 이를 위해 신기술 워킹그룹을 가동키로 했다. 또 첨단기술 분야 핵심소재인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의 반격에도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첨단기술을 타깃으로 한 신냉전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쿼드 4개국은 지난 12일(미국시간) 화상을 통한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그 결과를 백악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했다. 미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쿼드의 정신’이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쿼드 4개국은 “국제표준 및 미래의 혁신적 기술에 대한 협력 촉진을 위해 핵심적 신기술 워킹그룹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킹그룹은 5G 네트워크 기술을 필두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 분야 표준과 규범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중국 배제를 노린 것이다. 해당 신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쿼드 정상회담에 맞춰 화웨이 등 중국 첨단기업들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날 화웨이, ZTE, 하이테라, 하이크비전, 다화 등 5개 기업을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통신 네트워크법’에 따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FCC는 “기업들이 국가 안보나 미국인들의 안보·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장비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명단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FCC는 지난해 7월에도 화웨이와 ZTE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번에는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쿼드 4개국은 이날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의 공급망 분산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희토류를 포함한 4대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점검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희토류는 첨단장비의 핵심소재로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60%에 육박한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기술 공세에 맞서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희토류의 무기화’를 선언한 상태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쿼드 정상회담 직후 보도에서 “쿼드 참여국에 희토류 관련 기술과 인적 자원이 없다” 또 “유통망 구성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쿼드의 중국 희토류 견제 계획이 지속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