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 시대를 알리는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협의체) 첫 정상회담이 12일(미국시간) 열렸다. 이를 계기로 동맹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의 발호를 저지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도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냉전 한복판에 서 있는 한국에도 선택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쿼드 4개국은 화상을 통한 첫 정상회담 직후 회의 결과물인 성명을 미 백악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했다. 쿼드 참가국들은 성명에서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신기술 규범 마련과 희토류 공급망 재고 등 중국과 첨단기술 신냉전을 벌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인도 제약회사를 지원해 코로나 백신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공급하겠다는 것도 중국이 타깃이다. 중국이 자국산 백신 공급을 앞세워 동남아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다.
쿼드 성명에서 중국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빠진 것은 인도의 입장을 고려한 결과다. 인도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 중국 포위망 가담에 소극적이었고, 중국이 우려하는 아시아판 나토(NATO)의 출범에도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일본, 호주 등은 일단 인도를 쿼드에 참여시키기 위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군사 동맹이 아니다” “새로운 나토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한계에도 향후 쿼드는 미국 아시아 전략의 중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미국시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각국이 성명에서 중국을 언급하지 않아도 중국에 대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의지와 결의를 갖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메시지”라며 “4개국의 파트너십 구축은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바이든의 전략에 결정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은 17일(한국시간) 방한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통해 쿼드 회담 결과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에 대한 쿼드 참여 압박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