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기고] 작년 경남 거제의 두 핫도그 가게에서 벌어진 상표권 전쟁의 결론이 내려졌다. A사는 2015년부터 ‘바람의 핫도그’라는 이름으로 핫도그를 판매해 오다가 현재는 거제에만 6개의 프랜차이즈점을 낼 정도로 인지도 높였다. B씨는 2019년부터 A사 근처에서 ‘바람의 언덕 핫도그’라는 이름으로 핫도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A사는 이를 알고 상표권 침해 금지 등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법원은 후발주자인 B씨의 손을 들어준 것. 언뜻 생각해 보면 B씨는 유명한 A사의 신용에 편승하고자 상표를 살짝 변형해 사용한 것이 아닐까 합리적 의심이 들기도 한다. 법원은 왜 이런 판단을 내린 걸까.
상담을 진행해 보면 의뢰인들이 상표의 유사 여부에 대한 기준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위 사례만 놓고 보더라도 누군가는 양 상표가 유사하다고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유사하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굉장히 주관적이다. 상표권자가 되면 그 만이 그 상표를 독점할 수 있고,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권리가 보장된다. 강력한 법적 권리가 특정인에게 독점이 되는 것인데, 이를 주관적인 판단에 기대어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 판례는 상표권에 대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상표의 유사 여부에 대한 원칙을 다음과 같이 마련하고 있다. “상표의 유사 여부는 그 외관, 칭호, 관념을 객관적, 전체적, 이격적으로 관찰해 그 지정상품의 거래에서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상표에 대해 느끼는 직관적 인식을 기준으로해 그 상품의 출처에 관해 오인, 혼동을 일으키게 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쉽게 말하면, 수요자들이 딱 보고 이 상표가 저 상표랑 혼동을 일으키게 할 ‘가능성’이 있다면 유사하다고 보겠다는 말이다.
법원은 이 원칙에 따라 유사 여부를 판단했을 것이다. 분명 ‘바람의 핫도그’와 ‘바람의 언덕 핫도그’는 문자적으로는 유사해 보인다. 다만 이 사건에서 특별한 사정은 ‘바람의 언덕’에 있다. 바람의 언덕은 거제도에서 매우 유명한 관광지다. 거제도 사람이라면, 거제도에 관광을 오는 사람이라면 거의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바람의 언덕’이 B씨의 상표에 포함됨으로써, 단순히 ‘바람의 핫도그’라고 하는 상표와는 혼동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원의 논리이다. 게다가 B씨의 상표에는 언덕과 풍차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어 해당 상표를 보고 누구나 ‘바람의 언덕’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법원은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결국 양 상표는 유사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론을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법원의 판결도 법원의 주관이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물론 그렇다. 여기에 대리인(변리사, 변호사)의 역량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쟁의 상대방이나 법원의 판결에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면 그 대리인은 자격 미달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대리인의 역할로 남겨 두더라도, 나만의 상표권을 가지고 싶거나 잘 지켜내기 위해서는 상표의 유사 여부에 대해 오래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우선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출처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가’. 그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상표의 유사 여부로 인한 등록 가능성, 분쟁 가능성 여부에 대한 기본적 판단은 가능하며, 향후 상표권으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