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농촌진흥청은 바이러스로 인한 원예작물 재배농가의 피해를 막기 위해 17종, 1만8000점의 휴대용 바이러스 진단 도구(진단키트)를 농촌진흥기관을 통해 전국에 보급한다고 25일 밝혔다.
바이러스 진단 도구는 농업 현장에서 간편하고 빠르게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해, 건전한 식물로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됐다. 바이러스 진단 도구에 식물체 잎을 으깬 뒤 즙액을 떨어뜨리면 2분 안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총 10개 작물(수박, 오이, 멜론, 호박, 참외, 고추, 토마토, 가지, 상추, 배추)에 발생하는 바이러스 17종을 진단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4일, 각 도 농업기술원 등이 참여하는 바이러스 진단 도구 활용법 교육을 비대면(화상 워크숍)으로 실시했으며, 진단 도구를 전국에 보급할 계획이다. 농가에서는 오는 4월 중순 이후 가까운 시군 농업기술센터나 도 농업기술원에 문의해 바이러스 진단을 받을 수 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지난 2007년부터 해마다 바이러스 진단 도구를 보급 중이다. 올해 보급 물량에는 지난해 개발한 박과진딧물매개황화바이러스 진단 도구와 고추 4종 바이러스 다중 진단 도구를 추가했다.
진딧물이 옮기는 박과진딧물매개황화바이러스는 멜론, 오이, 수박 등 박과작물 잎을 노랗게 만든다. 특히 멜론은 과실 네트(그물무늬)가 형성되지 않거나 불규칙적으로 생기는 피해가 발생하며, 한 번 발생한 피해는 확산하기 쉽고 일반 생리장해와 증상이 비슷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고추 다중 진단 도구는 바이러스 4종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했는데, 고추에서 문제가 되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 고추모틀바이러스, 고추약한모틀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최준열 원예특작환경과장은 “최근 기후 변화, 농산물 교역 증가 등 농업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며 “앞으로 채소 외에 화훼, 약용작물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빠르게 보급해, 농작물 피해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농업인 변동보 씨(전남 장성군 북하면)는 “바이러스 진단 도구를 사용하고 정확한 진단명을 확인한 후 그에 따른 방제를 함으로써 고추의 병 확산이 감소했고, 수확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