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있지만, 5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 사업비까지 고려한 실손보험의 합산비율은 지난해 123.7%로, 1년 전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심각했다.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실손보험 사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실손보험 판매사들은 지난해 2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5년 연속 손실이다. 생보사 손실은 1314억원으로 전년보다 274억원 줄었지만, 손보사 손실은 전년보다 149억원 많은 2조3694억원까지 늘었다.
상품 종류별로 보면 일반실손(1·2·3세대) 상품 모두 손실이 발생했고, 특히 1세대 상품 손실 규모가 1조3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구 실손) 상품은 자기부담금이 없고 비급여 과잉진료 등 보험금 누수가 많은 편이다. 반면 자기부담비율이 높은 노후실손(17억원)과 유병력자 실손(997억원)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실손보험 합산비율은 123.7%로, 전년보다 1.8%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합산비율은 발생손해액과 실제 사업비의 합을 보험료 수익으로 나눈 비율로, 100%를 초과했다는 것은 보험사가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생명보험사는 1년 전보다 2.2%포인트 하락한 107.1%로,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손보사는 전년보다 1.5%포인트 내렸는데도 127.3%에 이른다. 역시 1세대 상품의 합산비율이 136.2%로 가장 높다. 1년 전보다도 3.7%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노후실손과 유병력자실손은 각각 90%, 64%로 가장 양호했다.
3세대 실손상품으로 전환한 후 보험금 지급이 크게 감소한 점도 특징이다. 2017년 4월 출시된 3세대 실손은 ‘기본형’은 낮은 보험료로 대다수 진료행위를 보장하고, 도수치료·비급여 주사 등을 원하는 사람만 ‘특약’에 가입할 수 있다. 자기부담금은 1·2세대보다 높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는 기존 상품 가입자도 원하는 경우 3세대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1·2세대 상품 가입자가 3세대로 전환한 후 1년간 지급보험금은 전환 전보다 32.3% 감소했다. 특히 사고이력(전환 전 1년간 1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이 있는 가입자는 전환 후에 지급보험금이 54.1%나 줄었다.
이 밖에 실손보험 가입자는 일반인에 비해 비급여 진료를 많이 이용했다.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비중은 63.7%로, 전체 국민 건강보험 가입자의 비급여 비중(45.0%)보다 상당히 높았다. 금감원은 보험료 인상에도 지난해 합산비율이 적정 수준을 초과함에 따라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는 실손보험 상품 구조상 과잉의료에 대한 통제장치 부족과 비급여 진료에 대한 일부 계층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정액보험 판매 시 보험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필수적인 치료비는 보장을 강화하되, 보험금 누수가 심한 비급여 항목은 지급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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