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탈진실(post truth)이라는 말이 도처에서 쓰인다. 과학 문명의 발달은 정보의 공유화를 가져왔다. 안방에 앉아 세계 곳곳의 움직임들을 엿볼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나 언론을 비롯한 각종 매체를 살펴보면 진실된 것과 황당한 것들이 혼재한다. 지극히 혐오감을 주는 것들도 있다. 혐오감이 짙을수록 검색순위는 높아지고 팔로워(followers)가 많아 이것이 상업용 돈벌이로 연결되기도 한다.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적인 호소가 더 효과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가히 탈진실의 시대(post-truth era)다. 여기서 ‘포스트(poet)’는 시간 순서상 진실 ‘이후’라는 뜻이 아니라 진실이 무의미할 정도로 퇴색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McIntyre, 2018).
탈진실이란 실제로 일어난 사실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감성적으로 접근해 형성된 여론이 더욱더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가짜 뉴스(fake news)'도 여기에 해당한다. 가짜 뉴스는 사실을 왜곡시키고 진실을 비껴가게 한다. 사실(fact)이 아닌 것들이 사실처럼 우리 사회를 어지럽게 하며 정신을 병들게 한다.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주류파 미디어를 불신하고 비난하면서 유튜브와 같은 SNS(사회관계망)에 떠다니는 여러 음모적인 스토리를 수용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가짜 뉴스가 탈진실 시대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감성적으로 접근해 호감만 얻는 이미지 정치, 적을 하나 만들고 그 대상만 공격하면서 문제 해결 방법은 전혀 내놓지 못하는 정치가 여기에 해당된다. 꼭 정치만이 아니다. 요즘은 어디에서나 진실을 쉽게 접하기가 어려워졌다. 넘쳐나는 정보들 중에는 사실이 아닌 이야기가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바쁜 나머지 그 정보가 진실인지 아닌지를 밝힐 겨를이 없다. 거짓된 이야기를 그냥 믿기도 하고, 거짓으로 판명이 나도 이미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른 곳으로 옮겨간 다음이다.
국가와 언론을 얼마나 믿어야 하는가? 수많은 가짜뉴스가 사회를 요동치게 하고 국가적인 사기와 모함도 서슴없이 이루어진다. 눈에 보이는 총칼 무기로 치른 2차 대전보다 더 무서운 탈진실과의 전쟁이 눈에 보이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소통의 결여와 불신이 그 원인이다. 서로 다른 의견 간 교류 없이 자신이 믿는 가치만이 강화되며, 모두가 '진실'로 인정하는 합의점을 찾기 힘든 사회에서 사회적 신뢰수준은 낮을 수밖에 없다. 탈진실의 시대에 시급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진실'의 회복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을 말한다. 정치가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이지만 그 중에서도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古来皆有死 民無信不立)고 하였다.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성 언론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가 탈진실의 흐름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면 이제 이들은 탈진실 시대의 정보유통을 주도한 장으로서 향후 교육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 고민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