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법 준용 충분, ‘안전관리시스템’ 강화 새 법안 나와야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경영계는 현장과 괴리된 중대재해법 처벌보다는 산업현장에 걸맞은 현실적인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월 26일 중대 재해 발생 시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공포됐다.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되며, 50명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적용된다. 다만 상시 근로자 5명 미만인 사업장은 적용되지 않는다.
중대재해법은 △징역형 하한기준 도입 △불명확한 안전·보건 확보의무 적용 △확대된 도급인의 의무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징역형 하한기준’의 경우 관련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처벌(병과가능 및 5년 이내 재범시 가중처벌)을 받는다. 이는 형법에서도 고의범에게 주로 적용되는 매우 높은 처벌이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현재 경영계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사실상 고의범으로 지칭하는 중대재해법의 하한형 기준을 삭제하고, 현장에 적법한 안전과 보건 의무를 확보하는 등의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법 시행에 앞서 ‘사업주에 대해 형사처벌을 한다면 누가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하겠는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답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중대재해법은 너무 한쪽의 의견만 반영된 점이 있다. 만약 이 법 시행으로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 많이 축소될 경우 건설업계 등 중소기업의 활동은 더욱 위축될 것이며, 일자리 감소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이나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해 국가적으로 더 큰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중대재해법은 마치 응급실 의사수가 줄고 성형외과 의사수가 늘어나 국민들의 응급진료 서비스가 제한되는 현상과 같다”며 “따라서 처벌보다는 안전시스템 등을 강화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법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