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초록 바탕에 검은 줄, 언뜻 수박하면 떠오르는 고정된 이미지(인상)가 무너지고 있다. 요즘 시중에서는 껍질이 새까만 수박부터 씨 없는 수박까지 다양한 수박 품종을 만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11일, 최근 주목받는 이색 수박 품종의 특징을 소개하며 맛있는 여름나기를 제안했다.
먼저 껍질은 까매도 달콤한 ‘흑피수박’이 있다. 이 수박은 줄무늬가 있다는 편견을 깨고 지난 2017년 가락시장에 처음 선보여졌으며, 기존의 호피 무늬가 없는 대신 껍질 전체가 검은색을 띤다. 껍질은 검은 색이지만 속은 빨갛거나, 노란색을 띤다.
7월 이후 고온기에는 일반 수박과 당도 차이가 없지만, 겨울에 재배해 4월∼5월 출하하는 흑피수박은 평균적으로 일반 수박 당도인 11브릭스(°Bx)보다 1°Bx 정도 높은 편이다. 소비자들도 ‘흑피수박이 일반 수박보다 더 달다’고 인식하면서 흑피수박의 재구매 의향은 80%(201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로 높게 나타났다.
다음은 일명 ‘베개수박’으로 불리는 장타원형의 신품종 수박이다. 베개수박은 4kg 내외의 중소형 수박으로, 단타원형인 일반 수박(7kg)과 달리 모양이 길쭉하다. 덕분에 좁은 공간에 보관할 수 있고 구획이 나눠진 냉장고 칸에 넣기도 알맞다.
일반 수박과 달리 자르지 않고 통으로 보관하기 쉬워, 수박을 잘라 보관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신선도와 품질 저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음식물 쓰레기 걱정을 덜어준 ‘애플수박’이 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애플수박은 2kg 이하의 소형 수박으로, 한 사람이 수박 한 통을 먹는 ‘1인 1수박’이 가능해 먹고 남은 수박을 버리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일반 수박보다 씨가 작고 사과·배처럼 칼로 깎을 수 있을 정도로 껍질이 얇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도 적다. 처음 선보였을 때는 일반 수박과 같은 호피 무늬를 지녀 자투리 수박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생과일 음료, 빙수 등을 담아내는 장식용 그릇으로도 쓰이며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일반수박 다음으로 소비자가 많이 선호하는 ‘씨 없는 수박’이 있다. 씨 없는 수박은 2배체 수박과 4배체 수박의 교배로 만들어진 3배체 수박으로, 다른 식물의 유전자를 도입하거나 유전자 순서를 바꿔 개발한 것이 아닌, 육종(교배, 개량)기술로 만들어진 수박이므로 안심하고 섭취해도 된다.
최근에는 수정 능력이 없는 꽃가루를 이용해 일반 수박처럼 맛과 크기는 같지만 씨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한편 시중에 판매되지는 않지만 시판되는 수박을 개량하는 소재로 사용하는 ‘중간모본 수박’ 품종 개발도 한창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중소형 수박 품질을 높이고자 다양한 중간모본 품종을 개발했다.
‘소소원’은 씨의 크기가 일반 수박의 25% 수준으로 작은 수박이다. ‘시작은꿀’, ‘원씨로’는 씨의 수가 일반 수박의 25% 수준인 100립(알) 이하로 적게 든 품종이다.
지난 2019년 개발한 ‘원예509호’, ‘원예510호’는 기능성분이 풍부하다. ‘원예509호’는 라이코펜 함량이 일반 수박보다 3.3배 높고, ‘원예510호’는 시트룰린 함량이 일반 수박보다 1.9배 이상 높다.
이들 품종은 종묘 회사 등에 보급해 새로운 품종 개발에 활용토록 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우문 채소과장은 “수박은 수분 함량이 약 90%이며 포도당, 과당 등 당류를 5% 함유해 갈증과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라이코펜과 혈관질환 완화 효과가 있는 시트룰린을 함유하고 있다”며 “다양한 소비자 기호에 맞춘 품종 개발로 수박 소비 촉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수박생산자연합회 이석변 회장은 “당도 높고 아삭한 국내산 수박이 여름 대표 과채류로 소비자에게 사랑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