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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을 포괄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최종 서명했다.
특히 RCEP에는 상표와 특허, 디자인과 부정경쟁방지, 원산지 표시 등 지식재산권 분야별 조항 83개가 구체적으로 규정되면서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기반이 한층 두터워 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연 RCEP 타결만으로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권이 보호되리라 낙관할 수 있을까?
우선, RCEP에서 우리 기업이 눈여겨봐야 하는 상표권 보호 규정을 살펴보자. 지식재산권 협정문에서는 상표브로커들의 악의적인 출원을 거절하거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표브로커란 자신의 상표가 아닌 타인의 상표를 재산적 가치로 활용하기 위해 상표 출원을 무단 선점하는 자들을 말한다. 중국 상표브로커들로 인한 한국 기업의 피해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팥빙수 전문 프랜차이즈점 ‘설빙’의 사례다. 설빙은 중국 상표브로커에게 상표를 선점 당해 중국의 짝퉁 프랜차이즈점에 밀려 중국 진출에 실패했다. 중국 진출을 준비하던 중 자신의 상표가 선점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안 한국 기업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상표브로커에게 자신의 상표를 돈 주고 사오기도 하는 등 웃지못할 사태가 이어졌다.
현재 중국은 해외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라는 세계의 압박 속에서 몇 차례의 상표법 개정을 통해 상표브로커의 상표출원을 거절, 무효화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그러나 RCEP에 참여하는 아세안 10개국 중 상당수 국가는 상표브로커에 대한 제재규정이 지식재산권법 안에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RCEP 타결은 중국보다는 동남아 국가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RCEP 타결만으로는 상표브로커로부터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권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RCEP가 우리 기업을 해외 시장에서 보호해 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RCEP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인 각국의 국내 비준 절차를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에야 비로소 발효 가능하다. 각국에서 발효된다고 하더라도 국내법에서 RCEP가 반영된 개정법이나 심사지침 등이 도입되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 가입국 간의 지속적인 상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특허청은 지난해 11월 25일 한-아세안 특허청장 회의를 진행하였는데 이러한 실무 차원에서의 빈번한 교류와 관리 감독이 RCEP의 효용을 극대화할 것이다.
또한, 국내 기업과 기업을 대리하는 전문가들(변리사, 변호사 등) 역시 RCEP 타결의 시사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외 시장에서 상표가 선점되었을 때 RCEP를 실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솔루션을 연구개발 해야 한다.
중국 상표브로커들로 인한 한국 기업의 폐해가 줄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정부와 전문가 그룹, 한국 기업들이 상표브로커에게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했기 때문이다. 그 솔루션에 근거한 중국 상표 분쟁은 실험적이라는 비판이 있었음에도, 중국 상표브로커에 엄정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과 정부의 의지를 천명했으며, 이러한 노력은 결국 한국 기업의 연속적 승리로 귀결됐다.
RCEP는 지재권 보호가 미비한 중국, 특히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에게는 분명 청신호에 틀림없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듯 RCEP가 한국 기업에게 보배가 되는 협정이 되게 하기 위해 이제부터는 각 정부 주무부처와 기업, 전문가들의 전방위적 대처와 빈틈없는 관리, 감독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