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세 반드시 필요하다
[매일일보] 얼마 전 퇴임한 선배교수가 특강을 위해 우리교육원을 찾았다. 장교로 전역한 그 선배는 사병으로 전역한 나보다는 제약이 덜해서 소속부대 인근을 더 많이 살펴봤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담소를 나눴고, 그중에 “퇴직 후 시간이 나서 근무하던 군부대 인근을 돌아 봤는데, 옛날의 좋았던 풍경에 대한 환상이 깨져서, 가지 않음만 못했다”는 말을 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보이던 기억이 생각난다.
이유인즉슨 부대주변의 많은 개발로 인해 환경이 많이 파괴되어, 예전의 고향 같은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서울주변의 군부대의 경우는 부대 인근까지 아파트가 들어서 둘러싸인 곳도 있다.
2020년말 기준 국내 주민등록상 총인구는 5,183만 명으로 집계됐지만, 이 가운데 약 70% 이상이 수도권·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나 학업 상 실거주 인구를 감안하며 그 비율은 더 상승하리라 본다.
반면, 지방은 소멸할지도 모른다. 지방시·군 특히, 농어촌지역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한 지역의 젊은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값(지방소멸 위험지수)으로 따져본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46%가 소멸 위험에 놓여 있으며, 이 중 92%가 비수도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소멸 위기를 어떻게 하면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 법안 중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도 속도를 더디게 하는 방안 중 하나가 일명 '고향세' 도입이다. 고향세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확충을 위해 그 지역 출신자 또는 인연이 있는 사람 등이 기부금을 내면 세제 혜택을 주는 '고향사랑 기부제도'를 줄여서 통용되고 있다.
고향세를 내면 이듬해 연말정산에서 소득세를 돌려주는 등 국세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논의 중이다. 이렇게 해서 지방과 농어촌의 재정을 확보해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고령화 속도가 급격한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 일본은 2008년부터 후루사토세(고향세)를 도입했다. 자신의 고향이나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또 기부금을 받은 자치단체에서는 답례로 쌀과 과일을 비롯해 쇠고기와 전복, 버섯 등 임산물까지 다양한 지역 농·특산물을 기부자에게 제공한다.
일본의 통계를 보면, 고향세를 도입한 첫해에는 기부액이 81억 엔(831억 원) 수준에 그쳤다. 제도 시행 10년이 지난 2018년에는 실적이 5,127억 엔으로 우리 돈 5조 3천억원(2021.5월 환율기준)에 달했다. 즉 63배가 증가한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