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조건을 두고 밀당(밀고당기기)에 들어간 가운데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3지대 구축 가능성을 암시하며 마이웨이 노선을 선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2030의 입당 러시라는 순풍을 타고 야권 대통합을 향해 가던 국민의힘 이준석號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당선 이후 당 밖 대선주자들을 향해 자강론에 기반한 강공을 펴왔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시간표에 맞춰 당 밖 주자들이 당내로 들어와야 한다는 이른바 ‘버스 정시 출발론’이다. 이 대표 측 강공은 잠시 먹혀드는 분위기였다. 윤 전 총장 측은 지난 15일 “윤석열의 시간표와 이준석의 시간표는 상충하진 않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도 그런 캘린더를 염두에 두고 국민 여론을 보고 있다. 늦지 않은 시간에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도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이준석 돌풍에 놀란 분위기였다.
하지만 하루가 지날수록 분위기가 달라져갔다. 윤 전 총장은 16일 “압도적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수는 물론이고 중도와 진보까지 아우르는 빅텐트를 치겠다고 하더니 17일에는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 큰 정치를 하겠다”며 “내 갈 길만 가고 내 할 일만 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입당이 아닌 제3의 길을 걷겠다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안 대표 측도 16일 이 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원칙 있는 통합”을 외치며 당명 개정까지 요구하는 등 합당의 허들을 높이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일단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잠재적인 우리 당, 야권의 대선 후보다. 이견이 자주 노출되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 비슷한 점을 많이 강조하겠다”며 기존 강공에서 선회했다. 그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영입과 관련해서도 “대선 후보가 주도권을 발휘해서 결정하는 문제다. 대선 후보와 김 위원장 궁합이 안 맞으면 강권할 수는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반면 이 대표는 안 대표 측 요구에 대해서는 “당명 개정은 없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