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일 간, 한미 간 동맹 관계는 강화·발전하고 있지만 한일 관계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로 일본과 경제전쟁까지 불사하던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대일외교를 급선회, 관계 개선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각 공조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선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이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강경론에 막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국은 이달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재차 한일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한일 정상 간 약식회담조차 무산됐고, 그 책임을 두고 양국이 설전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되레 한일 관계가 더 꼬이고 만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측은 한국의 완전한 양보를 원하는 강경론을 재확인했다. 스가 요시히데 장관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법 없이는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 측은 한 발 더 나아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 대화의 물꼬를 터보겠다는 시도마저 원천 봉쇄했다.
결국 관계 개선을 계속 타진하던 한국에서도 감정적인 대응이 나왔다. “일본이 굉장히 편협하게 외교를 하고 있다”(김준형 국립외교원장)거나 “일본이 소아병적으로 일을 한다”(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발언들이다.
심지어 청와대와 외교부 당국자의 입에서도 감정 섞인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일본 언론에서 누가 먼저 인사를 했네 얘기하는 것부터 사실 약간 촌스럽다”고 했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옛날에 아베가 위기 때마다 한국을 공격하면서 (국내 여론을) 반전시켰는데 스가가 똑같은 수법을 쓴다고 생각한다”며 “외교라는 건 파트너가 있고 다른 나라에 대한 예우를 가져야 되는데 (일본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