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매일일보] 지난 3월 자동차 전문 시민단체들이 ‘중고차 시장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중고차 시장의 비대칭적인 구조와 불투명성으로 인해 오랜 기간 불법행위가 만연해 왔으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되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의 전면 개방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 업종 지정 여부를 두고 적합성을 심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2019년 말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미지정할 것을 추천했고, 지난 국감에서는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이 생계형 업종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는 중기부 심사를 거쳐 을지로위원회에서 실무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을지로위원회는 중기부, 국토교통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현대자동차, 케이카 등과 함께 상생방안을 논의 중이나 소비자의 권익은 증발한 지 오래고, 본인들 이권 다툼에만 열중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차 산업은 미국, 유럽 등 해외에 비해 뒤처져 있다.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는 더욱 미흡하다. 우리나라 중고차 수요가 신차의 1.2배 수준에 정체돼 있는 반면,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은 중고차 수요가 신차의 2배 수준이다. 산업의 내적 경쟁력을 살펴보면 오히려 외형보다도 차이가 더욱 크다.
‘자동차 자판기’로 인지도를 얻은 미국의 카바나(Carvana)는 온라인 중고차 판매를 비즈니스모델로 삼은 스타트업이다. 카바나는 구매 후 7일간 전액 환불을 보장해주고, 사고, 수리, 소유자 변경기록부터 미세한 흠집도 판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 이미지까지 제공한다. 온라인 판매에 따른 편의성에 더해 소비자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어낸 비결이다. 주가가 2017년 IPO 대비 9배 상승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