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동환 기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전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1940년에 발표한 소설이고, 전쟁의 잔혹함과 비인간성을 생생하게 고발한 작품입니다. 세계적인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이 여주인공을 맡아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토마스 페인의 ‘상식’을 말씀드리겠다고 지난주에 말씀드렸는데 순서를 좀 바꿔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배경이 된 스페인 내전과, 내전에서 승리한 프란시스 프랑코가 철권통치로 얼마나 잔혹한 독재를 했는지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프란시스 프랑코는 20대 초반에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 게릴라전의 장교로 용맹을 떨치며 명성을 얻었고, 계속 승진하여 33세에 장군으로 진급하면서 나폴레옹 이후 유럽의 최연소 장군이 되었습니다.
프랑코는 처량하고 작은 목소리 때문에 히틀러처럼 인상적인 대중 연설가는 되지 못했습니다.
그는 가끔 며칠씩 낚시와 사냥을 즐기고 조용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매우 가정적이며 신앙심이 강했지만, 모든 사람이 그의 앞에서 겁에 질려 떨면서 양처럼 온순하게 행동할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모로코에서 부대를 지휘할 때의 일화가 있습니다. 한번은 보급된 식료품이 매우 좋지 않아서 겁 없는 졸병이 프랑코의 얼굴에 음식을 던져버린 일이 벌어졌습니다.
프랑코는 식당 장교를 불러 “식사의 질을 즉각 끌어올리세요” 불평한 병사 앞에서 지시하고,이어서 한 치의 동요도 없이 단호하게 명령했습니다. “이 병사를 즉각 총살하라!”
프랑코는 이처럼 무자비한 규율 지상주의자였고 잔인한 인성의 소유자였습니다.
1900년대 초반, 쿠데타가 끊이지 않았던 혼란의 와중에 1931년 스페인 왕정이 무너지고 그는 1935년 참모총장이 됩니다. 1936년 7월에 반란과 함께 스페인 내전을 일으켰습니다. 그해 10월 반란군 장군들에 의해 3군 총사령관 및 정부수반으로 임명됐습니다.
내전 중인 1938년 1월과 8월에 공포한 두 개의 법령을 통해서 자기가 원하는 모든 법률과 법령을 공포할 수 있는 독재적 권한을 스스로 부여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독재 권력에 대해 “하느님과 역사 앞에서만 책임이 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세계의 지식인들은 그의 독재에 반대해 프랑스의 앙드레 말로, 영국의 조지 오웰 등 50여 개국
5만 여 시민들이 ‘국제여단’을 만들어 프랑코에 대항해 싸웠습니다.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병력과 폭격으로 반란군을 지원했고 이에 힘입어 프랑코가 승리하게 됩니다. 40만 명이 사망하고 60만 명이 부상당한 스페인 최악의 살육전이었습니다.
2년 반의 내전 끝에 그는 1939년 4월 수도인 마드리드를 점령하고 총통에 올랐습니다. 1966년에 종신 총통이 되었고, 1975년 11월에 82세로 죽을 때까지 39년간 절대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그는 스페인의 3군 사령관이고, 국가원수이고, 정부수반이며, 내각의 의장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지배하고 통치하는 유일한 존재로서, 그는 언제나 옳고 언제나 현명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그의 명령에 무조건 순종해야 했습니다. 정치는 물론 모든 국민의 일상생활을 장악했고 무슨 일이든 무슨 정책이든 최종 결정권자였습니다.
그는 무자비한 철권통치와 1인 독재로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말살했습니다. 자유주의자, 민주주의자,
반프랑코 분자들을 투옥시키고 강제 노동에 동원했습니다.
정치단체나 노동조합 등 일체의 조직이 철저히 파괴되었고 반정부 성향의 언론사는 폐쇄되었으며 언론인은 모두 투옥되었습니다.
자유주의자들은 국외로 탈출하거나 은신할 수밖에 없었고, 신문사 주필의 임명권까지 국가가 장악하고 학계와 문화계도 탄압하는 등 사상통제는 철저했습니다.
숙청되어 암살된 사람이 30만 명인데 정확한 통계는 알 수도 없고, 탄압을 피해 국외로 탈출한 사람이 50만 명에 달했습니다. 죽은 이들은 전국에 암매장됐고, 너무 많아서 아직도 제대로 발굴이 되지 않았습니다.
스페인은 1975년에 프랑코가 죽은 뒤 독재의 사슬에서 벗어났고,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가 민주화를 추진했습니다. 프랑코 독재는 20세기 군부독재의 전형을 이루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서 수많은 추종자와 모방독재를 낳았습니다.
프랑코와 같은 독재의 성향과 잔인한 인성을 가진 인물들이 또다른 독재를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