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로벌 세제 개편에 취약한 국내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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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글로벌 세제 개편에 취약한 국내 제조업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07.14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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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재 수출, 탄소국경세에 취약…디지털세도 납세 1위 삼성에 부담
해외 납세 증가로 국내 공제 늘면 국내도 증세 전환 우려
글로벌 최저한세, 탄소국경세 등은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사진은 수출선박 부두에서 선적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최저한세, 탄소국경세 등은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사진은 수출선박 부두에서 선적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국내 제조업은 최근 잠정 합의된 글로벌 증세안에 비교적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 화학 등 중간재 수출이 많은 국내 산업 구조상 탄소국경세에 약점을 보인다. 해외매출 비중이 80%가량 되는 국내 법인 납세 1위 삼성전자를 고려하면 당사가 디지털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도 걱정이다.

14일 외신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이 먼저 독자적인 디지털과세를 추진하려다 미국 등의 반발에 10월 글로벌 최종 합의까지 미루기로 했다. EU는 탄소세 및 탄소국경세와 함께 글로벌 과세 도입에 적극적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자국 IT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디지털세에 부정적였던 미국도 입장을 선회했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재정 지출이 많았던 미국은 법인세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증세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국가간 법인세 인하 경쟁을 억제하자며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제안하는 등 선진국 시장에서 증세기조가 확연하다.

이에 따라 해외매출과 수출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은 해외 법인 납세 부담이 증가할 수 있고 초과이익에 대한 납세 의무가 매출대상지역에서 새롭게 생길 수 있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사내 세무부서에서는 이중과세 불가 원칙에 따라 해외 과세 증가에도 국내 납세가 줄어 납세액 변동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세금 변동 상황은 최종 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중과세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은 분쟁해결 절차로 조정되는데 이 과정에서는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공산이 크다. 기업 측면에서 복잡한 조정 과정의 납세협상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 불가피하다. 이중과세가 해결돼 국내 해외납세 공제가 늘어나게 되면 국가는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세수가 줄어드는 대신 해외 기업으로부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세금을 납부받아 보전한다는 방침이지만, 해외 기업들이 납세를 줄이기 위해 매출을 조정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이로 인해 세수가 줄어든 정부가 국내 기업에 대한 조세감면혜택을 줄이는 등 기업들이 세수보전 압박에 시달릴 것도 우려되고 있다.

세수 증대에 적극성을 띠는 EU는 자국 기업에 대한 탄소세를 늘리는 한편, 이로 인해 국제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게 탄소국경세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소는 탄소국경세가 수년 내 도입되면 노동 비용이 저렴하고 규제가 약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린피스 연구를 인용해 탄소국경세가 철강 가격을 10% 이상, 석유화학 제품 가격을 5%, 전자제품, 기계, 자동차 가격을 최대 5% 상승시킬 것으로 봤다.

이들 업종이 주력인 국내 산업은 국경세 납부와 더불어 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인 철강, 석유화학 업종 부담이 크고 발전사들도 세금 부담이 커져 발전 원가 상승이 전기요금 인상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산업에 대해 EU 자체 생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대부분의 무역 상대국에서 대EU 수출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산업계는 이러한 글로벌 과세 조정 결과로 국내 세수가 줄더라도 정부가 그 결손을 기업에게 부담시키는 증세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또 탄소세 등 환경세 부담에 대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친환경 전환 노력을 지원해 국제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건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해외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여 세수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일으킬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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