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저임금 인상, 감당할 기업의 지급 능력 배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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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저임금 인상, 감당할 기업의 지급 능력 배양을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1.07.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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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2022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으로 올해 8,720원보다 440원(5.1% : 단순 계산 시 5.04587%여서 5.0%로 볼 수 있지만, 최저임금위의 요청에 따라 5.1%로 통일)이 오른 9,160원으로 의결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올해 1,822,480원보다 91,960원이 오른 1,914,440원(월 기본근로 174시간에 주휴 35시간을 합한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 연봉으로는 올해 21,869,760원보다 1,103,520원이 오른 22,973,280원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은 임기 첫해 6,470원에서 출발해 임기 마지막 해 9,160원으로 5년간 2,690원(41.57%) 끌어올려 사상 처음으로 9,000원을 넘어섰지만,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로 박근혜 정부 평균 인상률(7.4%)보다는 0.2% 포인트 낮고, 이명박 정부 때(5.2%)와 비교하면 2.0%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최저임금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로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근로자위원 9인, 사용자위원 9인, 공익위원(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 9인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매년 8월 5일까지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고, 고시된 최저임금의 효력은 다음 연도 1월 1일부터 발생한다. 

이번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동계 측인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결정이고, 지난 2년간 2.9%, 1.5%로 인상률이 낮았던 만큼 한꺼번에 23.9%를 올려 1만 원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10,800원을 최초 안으로 제시했다가 협상 과정에서 1차 10,440원, 2차 10,320원, 3차에서 10,000원까지 인상 요구를 양보했다. 사실 10,000원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최저임금 금액이다. 

반면 경영계 측인 사용자위원들은 2018년에 16.4%, 2019년에 10.9%씩 급등한 영향이 계속되면서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며 동결인 8,720원을 요구했다가 협상 과정에서 1차 8,740원, 2차 8,810원, 3차에서 8,850원까지 양보했다. 사실 8,850원은 올해보다 1.49% 오른 수준으로 최저임금 도입 이래 가장 낮은 인상률인 올해의 1.5%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근로자위원들은 올해(8,720원)보다 1,280원(14.67%)이 오른 10,000원을 주장하고 사용자위원들은 올해(8,720원)보다 130원(1.49%)이 오른 8,850원을 주장하다 1,150원의 격차를 끝내 줄이지 못한 채 마지막 협상이 결렬되자,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과 사용자위원 9명 등 13명이 표결을 앞두고 퇴장한 가운데, 결국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5.1% 인상안을 놓고 한국노총 측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 등 14명만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물론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과 여건 그리고 추구하는 방향이 확연히 다르다 보니 그야말로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고, 양측 모두가 만족할 만한 최저임금 합의도출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은 틀림이 없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라고 일단 수긍하는 편이지만 고민이 많을 듯하다. 노동계와 경영계 양측 모두가 “받아들일 수 없다.”란 불만스러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저임금 노동자를 ‘희망고문’하고 우롱했다.”거나 “저임금 근로자 목소리가 여전히 외면당했다.”라며 총파업까지 거론하고 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을 초월했다.”거나 “벼랑으로 내몰린 소상공인들은 고용 축소밖에 길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들은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인상률을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의 5.1%라는 인상률 산출근거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4.0%)에 물가 상승률 전망치(1.8%)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0.7%)을 빼낸 수치로 최저임금을 결정했다고 한다. 전망치로 확정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은 인정하지만 논리성이 결여한 수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제4조제1항에 의거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따라서 노동생산성과 물가가 높아질수록 임금을 많이 인상해 노동자에게 보상을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인상을 적게 하는 게 맞다. 그래서 노동계는 경제성장률 전망치(4.0%)와 물가상승률 전망치(1.8%)의 합계(5.8%)에도 미치지 못하는 5.1%에 그쳤다고 불만이다. 또한, 경기 회복 국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국민소득 중 가계가 임의로 처분이 가능한 소득인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분명 존재하는데, 이런 효과까지 충분히 고려하고 인상률에 담아냈었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대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임금을 대폭 올린 현실을 감안하고 인상률에 녹여 넣었는지도 의문이다. 

역대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면 내년도 인상률이 높다는 평가는 다소 무리일 수도 있다. 왜냐면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후 33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이 5.1%보다 낮은 해는 딱 5번뿐 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닥친 1998년(2.7%)과 1999년(4.9%),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2.6%),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2.9%)와 올해(1.5%)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노동계의 숙원인 ‘1만 원’ 문턱은 끝내 넘지 못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 평균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 낮은 것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을 감안 하더라도 납득이 어려울뿐 더러 최저임금 인상 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고 을(乙)들의 전쟁이 시작될 거라는 경영계 목소리에만 귀 기울여 왔다는 불만이 크다.

그런가 하면, 경영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4.0%은 지난해 0.9% 마이너스 성장의 반사 효과임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델타 변이 확산세가 무서운 지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것이란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전망까지도 인상률에 반영됐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임금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손실을 감내해온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은 “폐업 증가와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 실패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고 있는 데다 중기중앙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9,000원대로 인상되면 일자리 13만 4,000개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고, 주휴수당을 더한 실질 최저시급은 11,003원이라며 사실상 최저시급이 1만 원을 이미 돌파했다고 주장하며, 자영업계에선 폐업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서로의 주장과 반응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는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며 기 싸움만 계속하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 예견됨에 따른 정부의 고민과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노총은 “대전환 시기 화두인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해 하반기 총파업 투쟁으로 매진하겠다.”라고 제시했고, 중소기업중앙회가 7월 19일 고용노동부에 2022년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함으로써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최저임금의 지급 주체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은 무시된 채 결정된 이번 인상으로 오히려 일자리만 악화될 것이란 이유로 재심의를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이의제기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의제기가 수용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지금까지 노동계 측이 14차례, 경영계 측이 11차례의 이의제기 요청을 했지만, 정부가 이의제기를 받아들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재심의가 열린다 해도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만 한다. 따라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7명 중 최소 14명이 출석해 이 중 10명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최저임금위 위원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예측이다. 이의제기 때마다 재심의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현실은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최저임금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근로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적정 인상은 당연하다. 최저임금제는 1988년 도입 후 임금을 주는 사용자의 부담을 늘려온 것도 사실이지만, 지나친 저임금을 개선하고 직종 간 임금 격차를 줄였으며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양측이 모두 다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은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노동 빈곤의 늪에서 저임금 노동자가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왜냐면 최저임금에 의한 시장임금 인상 이외에 사회임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대가 전무 할 뿐만 아니라 당장에 확충되기 어려운 열악하고 미흡한 사회안전망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 부담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반적인 소득증대로 인한 부양 효과를 가져와 코로나19로 인하여 더 심해진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경기를 선순환시키는데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의 지급 능력 배양만이 노동 빈곤과 불평등의 고리를 끊는 유일한 첩경이자 어려운 경제 난국을 돌파하는 지름길이다. 결론적으로 근로자들이 일하는 기업이 성장하고 지급 능력을 갖추도록 최저임금 인상만큼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재정·세제지원 대책도 함께 서둘러 시행하여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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