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세계 15위권에 들어간 게 벌써 20여 년 전이고, 2018년부터는 10위가 되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지난 7월6일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UNCTAD의 구성은 이로써 아시아·아프리카 98개국 그룹 A, 선진국 32개국 그룹 B, 중남미 33개국 그룹 C, 러시아·동유럽 25개국 그룹 D로 재편됐다. 그룹 B는 한국이 추가되기 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31개 국가로 구성돼 있었다.
이번 한국의 지위 변경은 1964년 UNCTAD 설립 이래 개도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된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공인된 것은 온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고 환영할 일임에 틀림없다.
사실 한국의 사회 인프라와 시스템은 웬만한 선진국보다 못할 게 없거나 더 나은 상태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전국 방방곡곡, 해안 낙도까지 잘 닦인 도로와 교량이 연결되어 있고 고속철이 잘 발달하여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된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증명되었듯이 우리의 의료시스템도 선진국보다 더 나은 상태이고 온라인 업무처리 시스템이나 IT 기반 인프라도 어느 국가보다 훌륭하다. 어찌 보면 선진국 진입이 너무 늦은 감마저 있다.
다만 우리는 지금까지 국내외 여러 문제 중, 경제발전이나 인프라와 관련된 분야에만 관심을 두고 발전해 온게 사실이다. 선진국이라 함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가에 비하여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나 사회제도, 과학기술, 의료 복지 교육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앞선 나라를 일컫는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로켓 배송, 새벽 배송, 샛별 배송이 당연하고, 대학교 청소노동자가 담당 건물의 이름을 영어와 한자로 쓰는 시험을 보고, 청소노동자가 화장실 한 칸에서 점심을 먹고, 어떤 이는 그러지 않으려면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지 그랬냐고 SNS에 올리는 현실이다.
선진국이 되고 나면 선진국다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여태까지 사실상 선진국이었으나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역할을 하는 데 있어 여러 면에서 주저함을 보여 왔다. 이제 우리에게 맞는 새 옷을 입었으니 이에 걸맞은 새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중동 분쟁이나 여타 지역분쟁에 대해서 거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개발원조, 인권문제, 인도주의적 지원, 기후변화 등 시급한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 흐름에 별 기여를 하지 않고 지냈다.
이제는 이런 모습들에서 벗어나야 한다. 삶의 질에 관한 부분, 인권에 대한 부분, 그리고 범지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발언을 하며,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선진국, 선진국민이 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