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원 원투씨엠글로벌 대표] 필자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사업화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지인들이 필자에게 소프트웨어에 관한 여러 질문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지인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제조업을 운영 중이다. 공장 자동화와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적용해 품질관리 영역에도 적용하고자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프로세스와 소프트웨어 품질 관리 등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하고 있다. 이제 IT기술이 단지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기반의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얼마 전 국내 조선 산업이 올해 목표 실적을 반기에 이미 달성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PCR진단키트의 절대 대수를 국내 기업들이 공급하고 있다는 기사도 보인다. 이렇듯 국내 기업들이 여러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항상 거론되는 내용이 ‘국내 산업의 디지털 경쟁력’이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다양한 산업 사회 현장에 적용하여 효율성을 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적 사회적 혁신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러운 경쟁력으로 내세우곤 한다. 필자는 ‘그러면 국내 IT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 수준에서의 경쟁력이 어디에 와 있을까?’라는 점을 냉철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디지털 기술의 경쟁력은 앞서 짚은 바와 같이, 빠른 응용력과 현장 적용 등의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력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보다 근본적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높여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대부분의 기술 표준과 기반 인프라 영역에서는 여전히 미국 유럽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주도하는 분야가 많다. 이러한 일종의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를 보다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빅데이터 영역에서도 글로벌 시장에 기술 경쟁력만을 무기로 사업화에 근접한 기술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이런 분야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이 등장하고 있고, 개별 기업들도 과감하게 도전해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도 설립 초기부터 기술 경쟁력을 주된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사업 대상으로 전개하는 사업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보다 도전정신 있는 스타트업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어느 산업도 초기에는 선두 업체를 모방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체 기술력을 축적해 어느덧 세계적으로 해당 분야에 선두업체가 된 사례가 존재한다. 이제는 디지털 산업도 응용 기술을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이른바 ‘질적 향상을 기반으로 한 혁신’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산업의 깊이 있는 혁신은 또다른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사회 전반에 질적 동인을 작용하여 전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