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제조업계, 매년 막대한 비용 지출
EU, 탄소국경세 도입, 국내도 탄소세 도입 논의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탄소중립을 향한 국내외 프로세스가 강화되면서 철강 등 제조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데 이어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키로 했고, 국내에서도 탄소세 도입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2015년 1만1013원에서 지난해 3만1492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5년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를 도입하고, 한국거래소에 시장을 개설한 바 있다.
문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제조업의 막대한 탄소배출 부채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철강, 정유화학, 자동차 등은 생산공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한 전기 사용량이 많아 탄소배출을 줄이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들 분야에 탄소 할당량이 더 많은 것도 아니다. 정부는 업종·기업별 할당량을 비공개로 관리하고 있다. 마땅히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없는 제조업 분야는 매년 탄소배출권을 비싼 값에라도 사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이른바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시행이 예고되면서 수출에 걸림돌이 생겼다.
EU는 최근 탄소배출 감축 계획인 ‘핏 포 55’를 발표를 발표하고, 2018년부터 거론된 CBAM을 올해 7월까지 제도적으로 완비하기로 했다. CBAM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 받는 무역 관세로, EU 내 생산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는 오는 2023년 1월 1일부터 철강을 비롯해 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이를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2023~2025년에는 신고만 하면 되지만, 2026년부터는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탄소세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탄소세법’이라 명명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과세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은 유연탄·무연탄·중유 등에도 단계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고, 올해 일몰 예정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유효기간을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25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후보도 탄소세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국내외 탄소세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제조업계는 3중고를 겪게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