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포털사이트를 통한 뉴스 소비가 대세가 되었다. 언론의 콘텐츠가 스마트폰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IT기술 기반 ‘쌍방향 방송’과 함께 ‘1인 방송’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각종 행사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실시간 생중계로 나서는 유튜버들의 주장과 입김이 기성 매체를 뒤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을 낳는 등 전통 미디어시장 변화의 빅뱅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신문 구독률과 방송 시청률이 급격히 하락함으로써 ‘매체산업’은 사양길이라는 치명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보듯 무려 80% 이상이 스마트폰·태블릿 PC로 뉴스를 보고 있고,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본 경우는 겨우 10.2%에 불과했다.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한 포털 중심의 뉴스 시스템으로 뉴스 환경이 급격한 지각변동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듯 언론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광고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포탈의 생리상 클릭(click) 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로 급변하다 보니, 안타깝게도 언론의 공정성보다는 기사의 조회 수가 더 큰 영향력과 지배력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선정적인 기사로 클릭(click) 수 경쟁을 벌이느라 ‘저널리즘’으로서 신뢰도 스스로 갉아먹게 되었고, 이는 악순환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복합적 위기상황에 봉착한 언론의 현주소다. 이는 어떻게 보면 ‘올드미디어’의 내재적 숙명의 한계가 아닐 수 없다.
[매일일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지난 7월 27일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한 데 이어 지난 8월 10일 2주 만에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치열한 공방 끝에 의사진행 발언만 5시간 진행하다 법안 심의는 손도 못 대고 끝남으로써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양극단의 견해가 정면충돌함으로써 정치권의 뇌관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을 ‘언론개혁의 디딤돌’이라며 밀어붙이려는 여당과 ‘언론 재갈 물리기’라며 반대하는 야당의 양극적 찬반 논쟁과 극단적 대립이 치킨게임(chicken game)을 하듯 첨예하게 격화하고, 언론 단체들은 연일 반대 성명을 내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정국이 급냉(急冷)하고 있다.
우선, 찬성론자들은 있는 사실을 팩트(fact) 그대로 보지 않고 일면만을 과도하게 부각(浮刻)하거나 핵심을 벗어나는 여론의 왜곡과 호도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고, 심지어는 사실 확인도 않은 채 해당 기사를 그대로 베껴서 내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언론 보도가 인터넷 환경으로 흡수되면서 자극적인 제목과 부정확한 기사가 무분별하게 살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클릭 수에 따라 돈이 되는 구조가 일반화되다 보니 공정과 사실 보도는 설 자리를 잃고 잘못된 정보로 본의 아니게 손해를 입게 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비뚤어지고 왜곡된 언론 현실을 바로잡고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만 아니라 언론 대항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평범한 일반 국민을 위한 개혁 입법이라는 이유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찬성한다.
한편, 반대론자들은 개정안의 입법 취지를 이해한다 해도 그에 걸맞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한다. ‘허위‧조작 보도’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중과실 추정’이나 ‘법률 위반에 정당한 사유’ 등은 자의적이고 모호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법률은 객관성과 구체성이 핵심인데, 개정안은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 결국 소송 남발로 이어져 언론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고,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해 피해자가 고의·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원칙(「민법」 제750조)인데도 입증할 책임을 언론사에 두고 있고,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이‘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이어져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반대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올해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실시한 조사결과, ‘허위·조작 가짜 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한다.’라는 응답이 80%에 달했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13%였다. 찬성이 6배 높았고 무응답은 7%였다. 또한, YTN ‘더뉴스’의 의뢰로 올해 7월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결과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56.5%가 찬성했고, 35.5%가 반대했다. 이렇듯 국민 여론은 찬성 쪽에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다수결 원리를 수용한 것은 그것이 무조건 옳고 좋아서인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 더 나은 방법이 없어서인 ‘방법의 하나일 뿐’으로 다수결의 정당성에 대한 한계론을 들고 다수의 뜻을 앞세운 소수 의견 억압은 민주주의란 이름의 ‘폭정’(알렉시스 드 토크빌)이라고 일갈(一喝)한다.
앞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 표결 순으로 법안 통과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정쟁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정치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관철’이나 ‘무조건 저지’의 입장에서 대립과 갈등의 자세나 반목과 질시의 태도로 정략적으로 접근하려는 전략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야말로 중재가 없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진정한 중재가 필요하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를 없애는 동시에 언론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냉철한 지혜와 변화된 언론 환경에 적합한 개혁방안을 도출하는 냉정한 용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따라서 오직 국민만을 중심에 두고 판단하고 애오라지 국민만을 위하여 결정해야 한다. 정치권이 좀 더 머리를 맞대고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넓혀 법안의 추상성을 걷어 내고 구체성과 완성도를 높이려는 성숙한 입법문화를 정착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피해자 구제와 정당한 이익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법안 자체의 필요성과 개정의 당위성 그리고 현실 적합성과 실현 가능성을 따지고 묻는 게 온당한 입법 자세이자 개정 취지의 핵심에 접근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바라옵건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가짜뉴스를 근절함으로써 건전한 언론문화 창달과 올바른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및 언론의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현명한 결과가 도출되었으면 한다.
박근종 칼럼니스트(現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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