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승리투수와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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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승리투수와 119
  • 김길수 기자
  • 승인 2021.08.27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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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소방서 신흥119안전센터장 양광호
성남소방서 신흥119안전센터장 양광호
[매일일보] 언제인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프로야구 경기 중에 언뜻 이해되지 않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상대 타선의 폭발로 홈런을 포함한 연속적인 안타가 터지면서 지루한 수비의 시간이 길게 흐르고 있었다.
마운드에 서 있던 투수가 갑자기 모자를 벗고는 다른 선수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는 장면이 방송된 것이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보는 터라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상대 타선을 적절히 제압하지 못하여 긴 시간 수비를 하면서 고생하는 동료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책임을 느끼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하였다.  당시 그 투수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장면으로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야구는 한 팀에 아홉 명의 선수가 편성되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면서 9회까지 치르게 된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투수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투수라고 하여도 혼자만의 능력으로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 투수가 무실점으로 상대를 압도하였음에도 승리하지 못하기도 하고, 많은 실점을 하고도 패전을 면하고 승리투수가 되기도 한다.  투수의 능력 외에 타선이 폭발하여 되도록 많은 득점을 하여야 하고 다른 수비수와도 손발이 맞아 실점을 막아야 승리투수가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런 이치와 같다고 생각된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여건이 맞아야 결과가 좋아지는 이치가 그것이다.  각종 재난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그러한 현상은 매일매일 연출되고 있다.  대형화재 현장에서 혹은 인명구조 현장에서 성공적인 작전으로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구조를 하였다고 크게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 소방대원을 ‘수호천사’ 혹은 ‘안전지킴이’, ‘영웅’이라고 칭찬하는 보도를 보면서 체기가 가라앉지 않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지나치게 우리 소방대원에게 초점이 맞춰져서 보도되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다. 성공적인 작전을 위해서는 119 소방대원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아니하고 신속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알린 신고자가 있으며 현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조금씩 양보하여 모세의 기적을 이룬 시민들이 있다. 현장에서는 효과적으로 작전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사람도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의 노고는 그다지 조명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시민, 유관기관 및 단체, 소방대원 등 모두가 한 가지 목적으로 서로 유기적인 협력으로 모든 작전은 훌륭하게 해결되는 것이다. 승리투수는 어느 누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승리투수의 요건을 갖춘 선진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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