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소방서 신흥119안전센터장 양광호
[매일일보] 언제인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프로야구 경기 중에 언뜻 이해되지 않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상대 타선의 폭발로 홈런을 포함한 연속적인 안타가 터지면서 지루한 수비의 시간이 길게 흐르고 있었다.
마운드에 서 있던 투수가 갑자기 모자를 벗고는 다른 선수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는 장면이 방송된 것이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보는 터라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상대 타선을 적절히 제압하지 못하여 긴 시간 수비를 하면서 고생하는 동료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책임을 느끼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하였다.
당시 그 투수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장면으로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야구는 한 팀에 아홉 명의 선수가 편성되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면서 9회까지 치르게 된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투수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투수라고 하여도 혼자만의 능력으로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
투수가 무실점으로 상대를 압도하였음에도 승리하지 못하기도 하고, 많은 실점을 하고도 패전을 면하고 승리투수가 되기도 한다.
투수의 능력 외에 타선이 폭발하여 되도록 많은 득점을 하여야 하고 다른 수비수와도 손발이 맞아 실점을 막아야 승리투수가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런 이치와 같다고 생각된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