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31일 막판 협상 거쳐 파업 여부 결정
25일 단체사직과 이직 검토했으나 잠정보류
파업 시 HMM 3주 동안 6800억원 손실 발생
수출 물류대란 불가피…선박 부족·운임 상승 삼중고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수출 바닷길을 책임지는 국내 최대 해운 선사 HMM의 배가 멈출 위기에 놓였다. 임금 인상폭을 두고 노사가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HMM 노조 파업이 현실화되면 HMM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HMM 해상노조는 오는 30일 열리는 육상노조와 함께 공동투쟁위원회를 발족하고 사측에 대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해상노조와 달리 육상노조는 오는 30일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오는 31일 투표 결과가 나오면 두 노조는 사측과 막판 협상을 거친 뒤 파업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해상노조는 지난 25일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해외업체로의 이직까지 검토했으나 잠정 보류한 상태다.
노조는 육상직은 지난 8년 동안, 해상직은 지난 6년 동안 임금이 동결된 점과 경쟁사보다 낮은 처우 등을 고려해 임금 25%, 성과급 1200%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즉시 지급, 연말 결산 이후 생산성 장려금 200% 지급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최대 실적에 따라 그간의 임금 동결로 고통을 분담한 데 대한 보상을 해달란 입장이지만 사측은 6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받은 상태에서 지나친 임금 인상은 어렵단 입장이다.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나머지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엔 HMM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HMM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HMM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조4082억원을 거뒀다. 역대 최대 규모다. 부채비율도 140.83%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다. 하지만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HMM은 지난 10년간 적자 상태였고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455.11%에 달했다. 사측은 노조가 3주간 파업에 돌입하면 약 6800억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무엇보다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국내 수출입 물동량의 99.7%는 해상을 통해 운송되는데, HMM 외엔 우리나라에서 유럽이나 미국으로 수출품을 실어나를 선사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3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성탄절·추수감사절 등을 앞두고 물동량이 집중되는 시기로 전 세계적으로 선박이 부족한 상황이다.
HMM의 배가 멈추기라도 하면 가뜩이나 높은 해운 운임에 부채질을 하는 꼴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수출기업들에게 간다. 이미 수출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부터 컨테이선 선박이 부족해지고 해운 운임이 상승하면서 어려움을 감내하는 중이다.
또한, 최근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RMO)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지난 3월 대비 0.7%p 높은 3.9%로 전망했는데 HMM 노조 파업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HMM의 경쟁력은 한국 해운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HMM을 살리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단위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HMM 선대 대형화·효율화를 위해 2018년부터 올해까지 2만4000TEU 컨테이너선 12척·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6척의 건조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