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왜 우리는 아이를 혼자 낳아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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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왜 우리는 아이를 혼자 낳아야 했나?
  •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최형숙 대표
  • 승인 2021.08.3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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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최형숙 대표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최형숙 대표.
‘인트리’ 최형숙 대표.

2005년 내 인생의 생각지도 못한 큰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일은 내 삶의 전환점이 됐다. 결혼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한 나는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을 하기까지 너무 많은 어려움과 고통의 상처들이 있었다. 그리고 한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17년의 삶은 우리사회에서 미혼모들의 생생한 현주소였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나의 삶보다 더 어렵고 힘든 여성들이 많았고 나는 그들을 외면할 수 없어 현장에서 일하는 14년차 활동가가 됐다.

언론에는 미혼모들의 기사들이 실린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와 같은 기사는 출산의 경험이 없더라도 산모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 짐작케 한다.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대부분의 미혼모들은 부모, 친구, 아이아빠 그리고 단체나 기관 등 어디에도 임신 사실을 말하거나 도움요청을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그 여성이 느꼈을 두려움과 공포와 고통을 나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2년 전 24세의 한 여성이 미혼모의 아이 여섯 명을 인터넷을 통해 돈을 주고 데리고 와서 키우다 경찰에 구속이 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요지는 어릴 적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경계선상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이 인터넷상으로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하는 미혼모의 아이들을 돈을 주고 데려와 키우다 주위의 신고로 적발된 내용이다. 이 사건을 접한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를 돈을 주고 넘긴 미혼모들은 비정한 미혼모이자 범죄자로 인식했다.

그리고 6명의 아이를 키우는 24세 여성은 비록 장애가 있으나 자신이 어릴 적 받지 못했던 모성애로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 사랑으로 키우는 사람으로 ‘동정론’이 생겨나기도 했다. 아이를 넘긴 엄마들의 상황이나 어려움에 관심을 갖는 이는 없었다. 그들이 왜 임신 중 혹은 출산 후 인터넷으로 아이를 불법으로 보냈는지 거론되지 않았다.

17년 미혼모로 산 나는 되묻고 싶다. 그 동안 우리 국가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과연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상담을 할 곳이 있었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아이를 낳은 미혼모의 잘못된 행동으로만 단정 지어 말 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미혼모 가정에서 아이 아버지는 임신사실을 알고 있었든 없었든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배가 불러와도 부모도 주위에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이런 일들의 접할 때, 할 수 만 있다면 그 엄마들을 만나 꼭 한번 안아주고 싶다. 뱃속에 애와 함께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혼자 아이 낳느라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인 위기가 됐고 아이를 낳게 하려는 정책들이 생겨나고 있는 현실에서 왜 우리는 태어나고 있는 미혼모와 자녀들의 문제에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그들 개인의 문제로만 떠넘기는 것일까? 아울러 아이를 버린 것이 여성 혼자가 아님을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 한다. 미혼모에게 아동유기죄가 성립이 된다면 아이를 태어나게 만든 아버지 역시 아동 유기죄가 성립돼야한다. 많은 기사들 중 아이 아버지를 언급한 내용은 거의 없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 혼자의 책임이 아님을 이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인지하고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

이제 미혼모들이 이끄는 가족이 불완전한 미완의 가족이라는 인식부터 버릴 필요가 있다. 그렇게 사회의 인식이 달라지고 차별이 사라진다면 미혼모와 그 자녀들의 삶도 달라질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가 위기에 처한 미혼모들을 인정하고 보호해준다면 그들의 아이들 역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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