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과 반(反)탈레반 저항 세력의 교전이 심화되고 있다.
탈레반은 2일 저항세력의 거점인 판지시르에 대한 공세에 나서 30여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판지시르주 11개 검문소를 점령했고, 주요 지휘관 2명을 포함해 저항군 34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또 “판지시르의 주요 도로에 진입했고, 시탈(Shital) 지구를 점령했다. 우리측은 2명만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알자지라는 탈레반 소식통을 인용해 “탈레반은 저항 세력과 협상이 결렬된 뒤 판지시르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탈레반 고위 간부 아미르 칸 무타키는 “아프간은 모든 아프간인의 고향”이라며 판지시르에 집결한 저항 세력의 투항을 권고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또 “아프간 모든 지역이 평화를 찾았는데 왜 판지시르 주민들만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는 내용의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저항 세력의 구심점인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을 이끄는 아흐마드 마수드는 “다른 민족과 종파 사이에 균등한 권력 분배를 위해 싸우겠다”며 “불행히도 탈레반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수드는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는 고(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이다.
NRF는 전날 공식 성명에서 “탈레반이 새로 구성하는 정부에 한두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며 “탈레반과 협상은 결렬됐고, 판지시르와 아프간 다른 지역에서 계속해서 탈레반과 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NRF는 마수드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이 이끌고 있으며, 야신 지아 전 아프간군 참모총장, 정부군, 소수민족 군벌이 힘을 합쳤다.
군벌 중에는 우즈베크족 출신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부통령이 판지시르에 1만명의 부대를 합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주는 힌두쿠시산맥을 중심으로 기다랗게 양옆으로 형성된 도시여서 예로부터 ‘천혜의 요새’로 꼽힌다.
판지시르는 페르시아어로 ‘다섯 사자’라는 뜻이며, 소련 등 외세나 20년 전 탈레반 집권기에도 점령되지 않은 지역이다. 탈레반은 파슈툰족을 기반으로 하지만, 판지시르 주민은 대부분 타지크족이다. 아프간은 파슈툰족(42%) 외 타지크(27%), 하자라(9%), 우즈베크(9%) 등 여러 종족으로 이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탈레반이 저항군의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의 쇼툴 지역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쇼툴 점령 과정에서 양측 모두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수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WSJ은 판지시르 계곡 외에도 시아파 소수민족 하자라족의 거주 지역인 와르다크와 다이쿤디에서도 산발적인 충돌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와르다크 지역 저항 세력의 대변인은 “일촉즉발의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탈레반은 항복을 원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