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LX한국국토정보공사 직장 교육 중에 ‘버킷리스트’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교육내용은 잘 기억 안 나지만 강사님이 해주신 한 가지 Tip 덕분에 지금도 내 삶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강사님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놓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그것들이 실행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별로 어렵지 않은 방법이기에 그날부터 내 핸드폰 배경화면은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노천탕 만들기’, ‘만화방 사장님 되기’등 지극히 사소한 목표도 있었지만, ‘신문에 칼럼 게재하기’등과 같이 그 당시에는 완전히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많았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지금, 나는 18개의 버킷리스트 중에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거나, 알더라도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써보는 것만으로도 추상적이었던 개념들이 구체화되고, 때때로 그것이 삶의 방향성이 되어주기도 한다. 나 역시 쓰고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서서히 실행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것이 바로 ‘쓰기의 힘’이 아닐까. 머릿속에 맴도는 것을 글로 표현하고 리스트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일은 시작한 것이다.
‘쓰는 것’ 자체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는 행위임에도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좋은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좀 있다가 집에 가서 찬찬히 다시 생각해야지’하면서 머릿속에만 담아둔다. 하지만 그 생각은 연기처럼 금세 사라져 버린다.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사람은 20분이 지나면 42%를 잊어버리고, 하루가 지나면 67%를 잊어버린다고 한다.
쓰는 것의 힘은 많은 연구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79년 하버드 경영 대학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졸업생 중 87%가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외에는 목표가 전혀 없었으며, 10%는 목표와 계획을 세우지만 그것을 기록하지는 않았다. 단지 3%만이 목표와 행동 계획을 기록했다. 그리고 10년 뒤 졸업생들을 다시 조사한 결과, 목표를 마음에 담아둔 10%의 졸업생들은 나머지 87%의 졸업생들보다 두 배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사실이 나타났고, 기록까지 한 3%의 졸업생들은 나머지 97%가 버는 돈의 열 배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쓰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내 생각을 글로 나타내고 그것을 리스트화하는 것 자체가 실행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많은 리더들 역시 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발명왕 에디슨은 식사를 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길을 걸을 때도 생각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적는 습관이 있었고, 세계적 투자자 워렌 버핏(Warren Buffett)과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든 잭 웰치(Jack Welch) 역시 기록광으로 유명하다.
쓰는 행위는 불완전한 인간이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자, 삶의 나침판이 되어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도구이다.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쓰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일 아닌가. 무엇이든 달성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적어라. 우선 핸드폰 배경화면을 나만의 버킷리스트로 채워보는 건 어떨까.
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