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1400조원을 넘어서는 기업대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추가적인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시행했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종료하면 신용등급 하락이 줄지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예금 취급 금융회사의 기업대출 규모는 1435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금리 인상의 여파를 받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64.3%(923조2100억원)에 달했다.
변동대출금리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린 폭(0.25%p)만큼 상향되면 기업의 이자 부담은 연 2조3080억원 늘어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하기로 결정,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본격화에 따른 경제 파장에 대응하기 위해 대폭 내렸던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1~2회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두 번 추가 인상된다면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연간 이자는 6조92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부실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은 조사 대상 2520곳 가운데 3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기업도 15.3%에 달했다.
또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정부가 2차례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하는 등 시행한 금융지원이 내년 중 종료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상환 부담을 이기지 못한 한계기업들이 줄폐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탈출을 위한 경영 여력 회복도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0.8%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5%)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해도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경영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코로나19 국면을 감안해 이들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이 사실상 유예돼 왔다. 실제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전체 413개 기업 가운데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19곳(4.6%)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인상과 이자 상환 유예 종료에 따라 이들 기업 상당수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회사는 향후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험이 높다는 의미의 ‘부정적’ 평가를 받은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도 점검에 나섰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정적 전망이 붙은 기업은 30여 곳에 이른다.
경제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지난달 26일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되자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논평을 통해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경기 회복 기운이 약화되고 있는 점,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달라”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금리 인상에 대해 “중소기업은 유동성 위기로 쓰러지고 은행도 동반 부실화되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대출 만기 연장 조치가 추가적으로 연장되도록 후속 조치를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