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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가 화제다. “나를 위해 쓰는 마스크는 곧 남을 위해서 쓰는 마스크” “여러분들은 디지털 공간의 접속과 아날로그 현실의 접촉이 상반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그것들이 하나로 융합한 디지로그(digilog) 시대를 살아갈 주역이 된 것” 등 새겨들을 말씀이 많았다. 올 여름 필자는 이 전 장관님을 찾아뵈었을 때 이런 말씀을 먼저 들을 수 있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을 의미하는 디지로그는 오래전 이 전 장관님이 만든 통합 개념으로 아티스트들의 작품에도 접목되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기존에 없던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는 미디어 아트 스튜디오 사일로랩(SILO Lab)은 자연으로부터 영감 받은 다양한 현상들을 영상, 라이팅, 키네틱, 인터랙티브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예술적으로 풀어내는데 관객들이 갖는 공감각은 그 반대로 아날로그적이다.
2019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의 ‘묘화’에 수백 개의 풍등이 공중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키네틱 작품을 더했던 ‘풍화’ 작품이 대표적이다. 풍등은 보통 강이나 호수, 바다 같은 수변 지역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물과 거울을 함께 설치해 공간을 조성하는데 소통의 수단이자 염원을 담은 풍등 문화는 판플레이(판+Play)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Z세대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 준다.
전통 문화 유산에 디지털 기술을 더해 생명력을 불어넣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품은 회화와 디지털의 융복합으로 디지로그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한국의 전통과 고전회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전 세대와 소통하는 이이남 작가의 시선은 디지털을 통한 몰입을 시작으로 화면에 담긴 아날로그 스토리를 찾게 한다. 풍속과 현대적 오브제, 서양과 동양, 예술과 도시가 한 화면에서 만난다.
올해 6월 중국 허난성의 수도인 정저우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복합연극공연장인 ‘유니크 허난-랜드 오브 드라마(Unique Henan-Land of Drama)’를 오픈하면서 무려 328m의 미디어 파사드를 위한 미디어 월을 설치했는데 자국 아티스트가 아닌 한국 미디어 아티스트로 그가 재해석한 디지털 청명상하도와 디지털 천리강산도를 영구 상영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