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7-8년 전부터 프랜차이즈 대리점과 본사 사이의 갈등은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당시 등장했던 파급력이 대단했던 신조어는 ‘밀어내기’다. 온라인 사전에 등재된 밀어내기의 뜻은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측이 상대방에게 상품이나 매출에 대한 책임을 떠맡기는 일’ 이라고 적혀있다.
이 때부터 수면위로 떠오른 본사와 대리점의 갈등은 그 해결을 위해 수많은 법 개정과 자정의 노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정명령, 제도개선, 결재 방식 변경,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 숱한 사회적 감시와 노력에도 잊을만하면 고개를 드는 것이 갑질과 밀어내기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본사-대리점(프랜차이즈)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그 문제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업의 정의를 통해 회사 구성원의 업무가 정해지듯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 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역할이 달라진다. 상생 관계의 갈림길은 바로 관계 정의에서 온다. 대리점이나 가맹점은 본사의 물건을 대리 판매해주는 곳이 아닌 본사의 물건을 가장 많이 구매해주는 ‘최대 소비자’로 정의한다면 지원부서의 프로세스는 그에 맞춰 기능하게 된다.
지원부서 담당자는 코로나19 이후 유동인구 줄어든 데이터를 보며 최대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들 제공할지 고민할 것이다. 그는 대리점에게 배달 이벤트를 제안하고 수수료는 본사 부담하겠다는 기안을 올릴 것이다. 1차 소비자의 매출이 증대가 곧 본사의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또한 매장에서 본사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영업시간을 최대 소비자가 본사 제품을 구매해 주는 소비의 시간으로 바꿔 생각할 것이다. 그에 따라 최대 소비자인 대리점이 본사 제품을 구매할 때 쇼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매장용 음원을 지원하는 방법도 모색할 것이다. 그 뿐인가 최대 소비자에게 줄 혜택을 늘리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교육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아이디어, 음료 레시피를 1잔 단위로 만들어 손이 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 등을 내놓을 것이다.
기업은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들을 섭외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마케팅에 많은 공을 들인다. 하지만 매장, 간판, 유니폼, 음료 용기까지 본사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수많은 광의의 미디어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와 만나는 대리점이나 점주분들이야 말로 가장 공을 들여야 할 파워 인플루언서가 아닐까? 서로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믿어 내는 것, 여기서 상생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