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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충남 홍성군에서 치매를 앓던 90세 할머니와 반려견이 실종된 지 40시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사건이 있었다. 당시 경찰은 열화상 카메라를 단 드론까지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할머니의 생체신호가 잡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고, 할머니의 곁에 반려견인 백구가 있었기에 백구의 체온을 감지해 구조가 가능했다고 한다.
백구가 논 가장자리 물속에 쓰러진 할머니의 곁을 지킨 시간은 하루가 넘었다. 그동안 하늘에서는 폭우가 쏟아졌다. 하루 이상 할머니가 물속에서 정신을 잃고 있었으니 저체온증이 올 수밖에 없다. 발견 당시 백구는 할머니의 몸에 바짝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백구가 할머니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백구가 대형견에 물려 사경을 헤매다 할머니 가족에 구조된 유기견이었다는 점이다. 결초보은이라는 사자성어가 딱 어울리는 사연이다.
인류의 진화사에서 개라는 동물은 특별한 존재였다. 문명의 여명기에는 생존의 파트너가 됐고, 현대에 들어서는 반려동물로서 심리적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친구,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됐다. 그래선지 예술가들도 개라는 특별한 존재에 주목하곤 한다.
곽수연 작가는 인간 사회의 구성원이 된 반려동물을 그려온 작가다. 곽수연 작가는 주로 주변에서 흔히 키우는 외국 견종의 반려견을 그리다가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해 우리나라 토종견을 만나고 연구하는 기회가 생겼다. 이를 계기로 그는 토종견 신작 발표를 앞두고 있다.
곽수연 작가에게 개를 작업의 주제로 삼는 이유를 물었더니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하는 법”이라고 답한다. 현 사회를 보는 다른 시각을 개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그의 작품 속 개는 곧 작가의 자화상이자 평범한 우리 모두의 자화상으로 비추어진다.
특히 작가는 유년시절을 한옥에서 보냈는데, 개인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따뜻한 향수에 이상향이 보태어져 그 안에서 새로운 무릉도원을 만들어낸다.
“어릴 적 내가 살던 곳은 네모반듯한 한옥집이었다. 마당 한쪽엔 큰 감나무가 있었고 햇빛에 따뜻하게 데워진 쪽마루와 하얀 화선지가 붙여진 창살 문이 있는 한옥이었다. 어렸을 땐 그런 한옥이 너무나 커 보였고 따뜻하기도 했고, 무언가 항상 바빴던 엄마가 있는 곳이었다. 엄마가 무언가 하면 동생과 함께 쪽마루에 앉아 왔다 갔다 하는 엄마를 보곤 했다.”
그의 작품 속 개 주변으로 한옥과 기와, 사계절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하기에 곧은 정신을 비유하는 소나무,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호박, 정월대보름의 염원으로 채워질 둥글게 떠오른 보름달, 복숭아 나무 등 민화의 길상적 모티브의 도상이 가득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