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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준(土美) 도시로 재생연구소 소장]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나 X세대(1970~1980년생), M세대(1981~1996)를 지나 Z세대(1997~2010)년생, 밀레니얼 세대까지 ‘희망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의 세대별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결혼과 출산에 관한 세대 간의 인식차이는 이러한 희망들이 경제적 환경과 얼마나 밀접된 것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서울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서울에 거주하는 MZ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의무’가 아닌 ‘자유로운 선택’으로 인식했고, 자녀의 사회적 계층 이동 가능성이 세대가 진화할수록 희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코로나19와 저금리 등의 여파로 주택가격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터키 등과 더불어 한국의 집값 상승세는 역대급이다. 2006년 11.60% 상승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순수한 직업에서의 수입만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가격과 취업난에 지친 젊은 세대가 ‘노웨딩’, ‘노키즈’를 외치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 모으고 빚까지 내서 투자와 재테크에 열을 올려보고 기성세대가 굳건히 지켜왔던 가족조합의 가치관에 그들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결혼과 주택은 끈끈하게 붙어있는 관련 단어이다.
결혼적령기의 젊은이가 취업을 못하면 주택을 얻거나 살 수 없고, 주택이 없으면 결혼이 어렵고, 결혼을 못하면 출산은 어려워진다는 연결이 된다. 연애, 결혼, 출산, 주택, 경력, 인간관계, 꿈, 희망 등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세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발전하는 문명 속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우울한 청춘들을 얘기한다. 마음의 풍요보다 물질의 풍요를 우선적으로 놓고 빠르고 밀도있게 달려왔는데 젊은 세대들은 집을 살수 없게 됐다.
2020인구주택 총조사에 의하면 1인가구는 664만 3000명으로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했고 평균 가구원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아파트 등 주거형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취직난이 어려워지는 등 먹고 사는 것이 더욱 만만치 않아진 것이다. 가구의 변화만큼 이제는 더욱 포기하는 것이 많아질 듯하다.
주택이 있는 사람은 결혼도 하고 더 잘살게 되고, 주택이 없는 사람은 결혼도 못하고 더 빈곤해진다는 식의 농담은 이제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됐다.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세대가 부동산을 포기하고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그 시기쯤 우리는 희망이라는 단어자체에 의구심을 표할지 모르겠다. 평생 어딘가 소속돼 사명감이나 희생, 헌신, 가족, 소중함 등을 느끼기보다는 영끌, 빚투, 무책임, 멍때리기 등에 의미를 두고, 시간 투자하는 00족이 생겨난다는 것은 비싼 집값에 더 이상의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스스로의 자족이다.
그 시대의 미래는 젊은이의 희망이나 꿈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젊은층은 에고는 강하고 독립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자신들의 강점과 환경을 살린다면 어떨까. 포기하지 않고, 부동산 매수의 가능성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자신의 수입으로 주택을 구입해 ‘GO웨딩’ ‘GO키즈’를 외칠 수 있는 날을 우리는 다시 맞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