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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꿈에 그리던 LX한국국토정보공사 합격 소식을 듣고 발령까지 3개월 정도 시간이 비었다. ‘이번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라는 생각으로 50cc 스쿠터를 한 대 구입해 전국 일주를 시작했다. 해남에서 출발한 일정은 어느덧 강원도 태백까지 이어졌다. 태백에는 신입사원 교육 시절 친하게 지내던 동기가 먼저 발령을 받아 근무하던 곳이었다. 얼굴이나 볼 겸 LX한국국토정보공사 태백지사에 들렸다. 나를 곧 입사할 합격생이라고 소개하자 그곳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몇 년 동안 알고 지내던 동생처럼 나를 반겨주었다. 맛있는 저녁식사는 물론이고 숙소까지 잡아주었고, 고생한다며 용돈까지 쥐여주는 직원분들을 보며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입사 이후 그것이 이 조직의 특수한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국민들의 토지소유권 보호를 위해 매일 전국을 누비며 지적측량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일을 하다 보니 다른 공공기관보다 업무 강도가 강한 편이다. 힘들 일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LX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어디를 가든 가족처럼 대하는 특유의 문화가 존재한다. 나 역시도 휴가차 다른 지역에 갔을 때 LX 안전조끼를 입고 현장에서 지적측량을 하는 직원들을 보면 근처 편의점에 들려 음료수를 전달하고 했다. LX는 이직률이 낮은 편인데, 이것은 직업의 안정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조직 특유의 문화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다.
MZ세대의 사회 진출 확대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이직’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MZ세대들은 현재 업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 이직을 준비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주요 일자리에서 30세 미만의 이직률은 20.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기업이나 기관 입장에서는 인재를 확보하고 운영하는데 시간과 노력, 예산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사회적 지출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잦은 이직은 IMF경제 위기 이후 변화된 고용환경과 투자의 선순환이 멈춰버린 경제여건이 가장 큰 원인이 이겠지만, 단순히 높은 연봉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더 중요하게 느끼게 해주는 조직을 찾아가려는 MZ세대들의 인식 변화도 큰 영향이 있다. 월급은 적당하지만 진짜‘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근무하려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서는 신입사원의 의견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경험이 없다고 해서 기회를 주지 않는 기업의 이직률은 아무리 높은 연봉을 지불한다고 해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이직률을 낮추고 인재를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데일 카네기는 베스트셀러 ‘인간관계론’을 통해 “인간 본성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원리는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길 원한다. 그 느낌은 높은 연봉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 그 조직의 일원으로서 보람을 갖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정년’이라는 개념이 적용되는 직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인재를 잡아서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경영의 가장 큰 능력이다. 몇 해 전 네이버는 직급과 관계없이 ‘주요 인재’로 꼽히는 직원들에게 1500억 원어치의 스톡옵션을 지급해 이슈가 됐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들 역시도 능력 있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돈’을 매개체로 한 인재 영업은 언젠가는 다른 기업에 뺏길 수 있는 위협이 있다. 인재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싶다면 ‘돈’이 아니라 그 조직에 소속감을 느끼고, 나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