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전력 공급 차질로 인한 중국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국내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31개 성 중 21개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제한 되는 등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이 여파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배터리 소재 생산 업체들은 전력난 여파로 일제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 핵심 소재인 니켈 제련 시설이 밀집한 장쑤성은 최근 설비 가동률이 약 70%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광둥성에서도 배터리 양극재 금속 중 하나인 알루미늄 제련·생산 시설이 많지만 마찬가지로 가동 중단을 수차례 반복하고 있다.
K-배터리를 포함해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산 원자재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70%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산 여파가 고스란히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코발트, 망간 등의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면서 수급 차질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 2위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피해가 예상된다. 반도체 원자재인 황린(백린)과 텅스텐, 규소(메탈실리콘) 가격이 폭등해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텅스텐 카바이드 가격은 이달 1일 기준 1년 새 37% 오른 ㎏당 40달러25센트를 기록했다. 규소는 지난 7월 1만4408위안(약 265만원)이었던 것이 이달 4일 6만833위안으로 322% 폭등했으며, 황린 가격도 같은 기간 1만9450위안에서 6만위안으로 208% 급등했다.
한편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달 말 실적발표회에서 “집적회로 칩(IC) 부품 부족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 내 전력 문제로 중국 장쑤성에 있는 스테인리스 생산 공장 내 주요 라인의 가동을 지난달 17일부터 중단했다가 이달 1일 재개하기도 했다.
중국발 원자재 수급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중국 전력난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물류난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기업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