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제보 사주'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나섰다. 이에 따라 '정치 중립'을 강조해왔던 박 원장은 현직 국정원장 신분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오르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공수처 수사2부(김성문 부장검사)는 전날 박 원장을 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박 원장은 취임 이후 '정치 중립'을 강조해 왔다. 박 원장은 지난 8월27일 과거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 관련 대국민 사과에서도 "철저한 정치 거리두기를 실천하겠다"며 "국정원을 다시 정치로 끌어들이는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중립을 지켜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지난달 13일 "조성은 씨가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에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하는 과정에 박 원장이 배후로 있었다"며 박 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씨, 성명불상의 인물 등 3명에 대해 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또 지난달 15일에는 "박 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언급한 것이 경선 개입"이라며 박 원장을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추가 고발했다.
한편 공수처는 이날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디지털 자료 등을 확보하려 했으나,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증거물을 찾지 못해 빈손으로 철수했다. 정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으로 지난해 8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의힘은 "야당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공수처가 압수수색 중인 정 의원 사무실을 찾아 "고발사주라는 사건은 없다. 우리는 공익제보를 받은 거라 문제 될 게 전혀 없다. 얼토당토않은 터무니없는 짓을 공수처가 하는데 기가 막히다"며 "지금 압수수색을 해야 할 곳은 성남시청,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재명 경기지사 집과 비서실, 김만배 집 및 천화동인을 포함한 관련자들 자택, 사무실, 휴대폰 등이다"라고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국정감사 중 야당 국회의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자 국정감사 방해 행위요, 나아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입법부 파괴행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