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9월 판매량 9340대 전월比 18% 급감
올 상반기 현대차 7만대·기아 6만대 생산차질
친환경차, 내연기관보다 반도체 2배 더 필요해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에 전동화 성과 좌우 예상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친환경차 제왕’을 노리는 현대차그룹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발목을 잡혔다. 그동안 상승 가도를 달리던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심화로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에 이어 9월에도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국내 5만1034대, 해외 24만3557대 등 총 29만4591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7.6% 감소한 수치다.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총 21만7204대를 판매했는데, 전년 동월 대비 전체 판매량은 0.1%, 국내 판매는 6.6% 늘었지만 해외에서 1.4% 감소했다.
9월에는 판매량 감소폭이 더 컸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4만3857대, 해외 23만7339대 등 총 28만1196대를 판매했는데, 전년 동월 대비 22.3% 감소했다. 국내 판매는 34.6%, 해외 판매는 19.4% 줄었다. 기아도 지난달 국내 3만5801대, 해외 18만7792대로 총 22만3593만대를 판매했는데, 전년 동월 대비 14.1% 감소했다. 내수는 30.1%, 해외는 10.1% 각각 줄었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부족 여파에 현대차 아산공장은 지난달 9~10일, 15~17일 생산을 중단했다. 울산 4공장도 13~14일 문을 닫았다. 미국 기아 조지아 공장과 현대 앨라배마 공장도 닷새간 가동을 멈춰야 했다.
친환경차 역시 판매가 줄었다. 지난달 양사 판매를 합하면 8월(2만1786대)보다 7.9% 감소한 2만44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경우 9340대를 판매했는데 전월 대비 18.3%나 감소했다. 기아는 전월 대비 3.4% 소폭 증가한 1만704대를 판매했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국내외 공장 생산 중단과 재가동을 수차례 반복한 탓에 상반기에만 각 7만대·6만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반도체 수급난이 다시 심화한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 때문이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집중된 동남아시아 지역에 델타변이가 강타하면서 현지 반도체 조립라인이 멈춰서고, 이로 인해 자동차 생산라인 역시 연쇄적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는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에 2배, 자율주행차에는 10배 가량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에 현대차는 공장별 차종별 생산을 반도체 공급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생산하고 그룹은 물론 계열사 직원들도 나서 반도체 재고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반도체 수급난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 4분기를 정점으로 높아졌다가 내년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추세로는 회복 시점이 더 늦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은 최근 내년도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전망치를 기존 8260만대에서 10.3% 줄인 741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친환경차 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급 상황에 따라 전동화 성과가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