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 및 주택수요 위축 불러올까 우려
첫 삽도 못 뜬 미착공 공공주택도 2만1000여가구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건설비용 증가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 위축을 불러오면서 당초 예정보다 지지부진해진 주택공급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 세계에 에너지 가격 급등 위기가 몰아치는 등의 대외 악재로 국내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국토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스태그플레이션과 주택시장’을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분양가격 인상요인을 불러일으키며, 주택수요 위축과 건설비용 증가로 주택공급은 감소한다.
이에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8.4대책으로 13만2000호 주택공급 방안을 내놓는가 하면 올해는 공공재개발과 공공주도3080+(2.4대책) 등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수도권 30만호 및 전국 80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3기신도시 등 새로운 신도시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은 ‘진척상황이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사업 지연 등의 이유로 착공하지 못한 공공주택 물량이 전국 10만5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영향까지 겹치면 착공은 어려워지게 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미 사업승인을 받은 공공분양·공공임대·국민임대·영구임대·행복주택 등의 공공주택 중에 아직 착공하지 못한 물량이 10만5200가구에 달했다. 이는 정부가 2·4대책에서 발표한 신규택지 공급 물량 26만3000가구의 40%에 해당하며, 여의도(290만㎡)의 1.5배인 433만㎡ 수준이다.
특히 수요부족, 지자체 협의,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미착공이 된 물량은 6만여가구가 넘으며, 사업승인 후 6년 이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장기 미착공 물량도 2만1000여가구로 전체의 20% 이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원활한 추가공급을 위해 규제를 조금 더 완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가 부동산 규제정책에서 공급물량 확대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투기 수요 억제를 목표로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쳐왔지만 집값 상승이 이어지며 “시장 여건에 맞지 않은 무리한 규제로 집값은 오르고 공급 물량은 부족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9일 제2차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관리제도의 개선을 언급하며 “운영‧심사 과정에서 민간주택 공급에 장애가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달 15일 제3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공급 확대 및 조기공급을 위한 민간 부문 애로사항을 ‘도심주택 공급확대’, ‘아파트 공급속도 가속화’라는 두 갈래로 해소하고자 노력하겠다”며 비아파트 면적 기준, 바닥 난방, 고분양가관리제 및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