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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 시 선순위 근저당권자와 임차인들이 있다는 얘기 등 중요 사항을 말해주지 않아 전세금을 돌려받기 힘들어하는 세입자들이 수두룩하다. 공인중개사의 말만 맹신해 섣불리 계약했다간 보증금을 떼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공인중개사는 중개사법 제25조에 근거해 중개대상물에 대한 중요 정보를 확인 및 설명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이때 해당 설명해야 할 내용에는 임대목적물의 권리관계도 포함된다. 즉, 공인중개사는 계약 과정에서 등기사항증명서, 등기부 등본 등을 근거로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만일 부동산 계약에 앞서 이런 상세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추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실제 한 대법원 판례(2019다232109)에선 세입자가 공인중개사로부터 임대건물에 선순위 권리자가 있다는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임대계약을 했다가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를 입었다.
원심에선 근저당권자와 임차권자들을 설명해줬다고 주장한 공인중개사의 손을 들었지만, 대법원에선 “선순위 관리자인 임차인은 2명이 아니라 5명이었다”며 “원심은 3명을 누락시킨 채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설명의무 위반과 세입자가 보증금을 배당받지 못한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결 내려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위 세입자처럼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에 대한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로 계약했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 먼저 세입자는 중개사의 확인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손해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후에는 손해와 설명의무 위반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여기까지 확인했다면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기 힘들어졌을 때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소송에 앞서 세입자는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문자·카카오톡·내용증명 등 ‘확인 및 설명의무 위반’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이후 공인중개사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거나 부정한다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친다면 △확인·설명의무 위반 여부 △위반 사항으로 인한 손해를 증명했으므로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기서 방심하기엔 이르다. 만일 공인중개사가 협회 보험에 가입되었다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계약자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중개사의 협회 보험 가입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증자료 등을 갖춰두는 편이 판결에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세입자들을 향한 권고사항을 다시 한 번 알린다. 임대차계약을 할 때 중개사의 말만 믿고 계약할 것이 아니라 세입자 본인도 등기부 등본, 선순위자 유무 확인 등 요건을 꼼꼼히 살펴본 후 계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