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건설 산재 관련자 '집행유예·벌금형' 그쳐
유족 "판결에 경각심 없으니 안전 부문에 투자 없다" 지적
[매일일보 신수정 기자] 경동건설 신축 건설현장에서 추락한 故정순규 씨 사망사고 2주기를 앞두고 변하지 않는 건설업계와 무관심한 여론에 유족들의 눈물은 마를 새가 없다.
지난 2019년 10월, 故정순규 씨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후 유족들은 산재사고를 은폐·축소하려는 부산 지역 중견 건설사 경동건설을 상대로 법적 공방 및 건설안전법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정 씨의 유족은 시민단체, 다른 산재사고 유족들과 연대해 강력히 건설법 개정을 강력히 주장하며 올해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국회통과에 성공했지만 사고가 잦은 소규모 건설현장은 제외됐고, 여전히 원청은 책임소재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 6월16일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JM건설(제이엠건설) 등 사고에 연관된 관계자들은 부산지법 1심에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현장소장들은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을 구형받았다. 또한 경동건설 안전관리사 징역 4개월·집행유예 1년, 원하청 법인 각 벌금 1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시행도 전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기업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이유로 폐지 혹은 보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故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 씨는 지난 26일 “홍준표 후보의 공약은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과 다름 없다”며 “어차피 본인들은 현장 일 안하니까 안 다치고 안 죽는다 배째라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이어 정 씨는 “지난 1년간 사투 끝에 반쪽짜리 법안이라도 통과시켜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이젠 폐지 얘기가 나온다”며 “(홍 의원이) 얼마나 아는 관계자가 많으면 기업 봐주기식으로 편들어주냐”고 말했다.
유족들은 27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정순규 씨 2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현장에 평택항 故이선호군, 한익스프레스 참사 故김태규·故김동준씨, LG유플러스 故홍수연양의 유족들도 참여했다.
정석채 씨는 이날 “아버지 사고는 은폐되고 조작된 기업살인”이라며 △비계 등 현장 안전조치 미비 △관리감독자지정서 위조 △사고 직후 단시간 현장조작 완료 △국민청원·기사 등에 댓글조작 정황 △사문서위조에도 집행유예 내린 부산지법 등 그간의 행동들을 다시 한번 밝혔다.
정 씨는 이어 “서울 중심, 수도권 중심의 감시와 여론에서 멀어질수록 건설사들의 각종 사건 은폐·조작은 심해진다. 내부고발자가 아니면 정말 밝혀내기 어렵다“고 말하며 경동건설 부조리가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민 A씨는 “최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경영 대세 흐름을 보인다“며 “건설업계도 ESG 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위험의 외주화’와 산재를 대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100대 건설업체 대상 ESG 경영 수준 설문조사 결과, ESG 경영 수준은 ‘보통’ 미만이었고 30위 이내 대형 건설업체조차 ‘보통’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