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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지난 4월 이후 2%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부터 경제가 회복되면서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득, 경제 여건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은 소비자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가을 수확 철 쌀, 배추 등 농산물 가격도 예의 주시하게 된다.
매월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농산물 가격 변동이 주된 원인처럼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농산물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쉽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각 가정이 생활을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통계이다. 2015년 기준 농축수산물, 가공제품, 전자제품 및 교통통신, 기타 서비스 등 460개의 대표품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품목별 가중치는 월평균 소비 지출액에서 품목별 소비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1,000분비로 산출된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농축산물의 비중은 소비구조의 변화로 과거에 비해 계속 낮아져 2017년 기준 65.4이다. 가구가 월평균 1,000원을 지출할 때 농축산물 구입비용은 65.4원에 불과하다. 그리고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쌀, 배추, 계란 등 개별 품목으로 구분하면 더욱 낮아진다. 오히려 전세 48.9, 휴대전화료 36.1, 휘발유 23.4 등 공업제품과 서비스 이용료의 가중치가 농산물에 비해 훨씬 높다.
농축산물 가중치가 낮은 만큼 물가 상승에 대한 기여도 역시 낮다. 물가지수와 농산물 가격과의 관계,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계절적으로 생산이 이루이지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공급이 집중된다. 이에 따라 계절별 가격 변동이 심하고, 연중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와 조류독감 등 가축질병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기저효과로 인해 가격상승률이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에 농산물 수요는 연중 큰 변동 없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 가격이 하락해도 수요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고, 가격 상승 시에도 공급량이 크게 늘지 않는 비탄력적인 특성을 지닌다. 이로 인해 약간의 수급불안정에도 가격이 폭등락 하지만 소비자들은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바로 생산, 공급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영국의 통계학자 그레고리 킹은 이러한 농산물 가격의 특성을 소맥의 수확부족과 가격 상승을 통계적으로 입증하여 설명했는데, `곡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곡물 가격은 산술급수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는 `킹의 법칙(King`s Law)`이다.
소비자는 농축산물의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음식으로 구입 횟수가 많고,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 `심리적` 요인 때문이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물가지수의 산정 방식과 농산물 가격의 특수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안내가 필요하다. 빅데이터, ICT 기술을 활용한 농업관측, 스마트농업의 고도화로 농축산물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을 이루어야 한다. 또한 유통단계의 축소와 투명화, 온라인 쇼핑과 라이브 커머스 등 유통채널의 다양화로 유통비용도 축소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 안정은 소비자와 농업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길이다.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김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