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충격 파고를 타고 산업구조의 빠른 변화에 편승하여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속히 증가하여 사상 처음으로 8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코로나 불평등’이라는 암운의 그림자가 유례없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1년 8월 전체 임금근로자는 2,099만2천 명으로 전년 동월 2,044만6천 명에서 2.7%인 54만 7천 명 증가하였다. 이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모두 806만6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4만 명이나 증가했다.
올해 우리 경제는 4%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지난해 0.9%의 마이너스 성장을 충분히 만회할 만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용 사정은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용시장의 질적 측면에선 더욱 심각하다.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38.4%로 2.1% 포인트 상승하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반대로 정규직 근로자는 1,292만7천 명(61.6%)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9만 4천 명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어들고,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어난 우리 노동시장의 질적 악화가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코로나19 첫해인 지난해에 전체 임금노동자가 이전 해인 2019년보다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2년째인 올해는 임금노동자 수가 회복되고 다소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세부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증가하는 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비정규직의 자발적 선택 비중, 임금 수준, 고용보험 가입률 등 주요 노동 여건 지표는 상당폭 개선됐다.”라며 여러 측면을 두루 살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무색하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임금근로자의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최근 3개월간의 월평균 임금은 273만4천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만 3천 원(3.4%)이 증가하였는데, 정규직 근로자는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이 지난해 323만4천 원에서 올해 333만6천 원으로 10만2천 원(3.2%)이나 증가한 데 반하여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해 171만 1천 원에서 올해 176만9천 원으로 5만8천 원(3.4%)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물론, 증가율에 있어서는 0.2% 포인트 비정규직이 높게 나타났지만, 증가액에 있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무려 156만7천 원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2만3천 원보다 4만4천 원(2.9%) 증가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비정규직의 국가 간 비교를 위해 고용의 한시성을 지닌 별도 기준으로 집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Temporary workers)기준’으로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28.3%를 기록했다. 지난해 26.1%보다 2.2%포인트 늘어나 유럽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스페인의 24.1%보다도 높다. 더욱이 지난해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비정규직 비율 1위였던 콜롬비아의 27.3%를 웃도는 수치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통계만 따지면 사실상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이 OECD 회원국 중에서 콜롬비아와 함께 1, 2위를 다투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이다. 그것도 60세 이상의 고용 증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해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고용주들이 경기 회복을 확신하기 어려운 코로나19 사태 상황에선 정규직보다 임시직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간영역의 정규직 일자리 증가가 극히 저조한 가운데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고용률 유지와 취업자 수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맞다. 올해 8월 고용률은 61.2%로 지난해 60.4%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8월의 61.4% 수준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연령대별 고용률을 2년 전과 비교해보면, 50세 이상에서만 상승했을 뿐이다. 50대는 75.4%에서 75.5%로 0.1%포인트 소폭 상승했고, 60세 이상은 43%에서 44.6%로 1.6%포인트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65세 이상은 34.7%에서 37%로 무려 2.3%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이러한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는데 있다.
이렇듯 일자리 증가를 전적으로 비정규직 증가에 의존하고 있는 고용시장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심각한 임금 격차를 뻔히 보면서도 ‘고용 회복’을 말하기는 참으로 민망하고 어려우며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더욱 당혹스럽고 참담하다. 코로나19도 다른 나라보다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국민적 기대 속에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의 방역체계를 전환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가 시작됐다.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지난 10월 29일 오후 4시 기준으로 백신을 1차례 이상 맞은 국민이 전체 인구(지난해 12월 기준 5,134만9천116명)의 80%인 4,108만122명으로 잠정 집계됐고, 이 중 2차 접종까지 마친 ‘접종 완료자’는 전체 대비 74.3%(3,816만 930명)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지난 10월 24일 기준 1차 접종률이 80%를 넘긴 국가는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스페인, 칠레 등 4개국뿐이다. 이 가운데 접종 완료율까지 80% 이상을 달성한 나라는 포르투갈과 아이슬란드 등 절반에 불과하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반길 일이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분야에서는 지난해 8월 기준 그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무려 35만5천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올해 8월 조사에선 15만 1천 개가 더 감소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로선 어떻게든 가계의 소득원인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많이 만들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에선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되었다. 지난해 8월에 전년 대비 5만 개나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무려 7만 6천 개나 줄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청년 실업에도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경제 침체의 가속화로 사회 전반에 걸친 고용절벽의 암운이 짙게 드리우며, 청년들의 ‘소득격차 양극화’와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문제도 심각하다.
이제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 맞춰 잠자는 국가의 여력을 흔들고 국민적 잠재력을 깨워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제조업 고용 유지를 넘어 고용 확대를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나서야 한다. 정부가 지금 할 일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10명 중 4명에 육박하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고용의 질(質) 향상에 최우선을 두고 특단(特段)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일이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민간영역의 양질의 일자리를 선제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들 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재정적 지원도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결연한 의지를 갖고 단호하고 과감하게 강력히 추진해야 함은 물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지원과 활동도 더욱더 강화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現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