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뜨거웠던 한 달…'금융 지각변동' 더 빨라졌다
상태바
토스뱅크 뜨거웠던 한 달…'금융 지각변동' 더 빨라졌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11.03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0만 가입자 기반 '원플랫폼' 전략 통했다...카뱅에 선전포고
금리 경쟁력 앞세워 고객몰이...돌풍 일으킨 대출 제동은 아쉬움
출범 한달을 맞은 토스뱅크의 파격 실험이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중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본사. 사진=연합뉴스
출범 한달을 맞은 토스뱅크의 파격 실험이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중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본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완전히 새로운 은행’을 표방하며 지난달 5일 영업을 개시한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출범 한달을 맞았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모두가 모바일로 은행을 이용하는 지금도 은행 상품은 30년 전과 비교해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며 “은행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을 새롭게 만들 ‘새로운 은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토스뱅크의 이같은 포부와 출범 이후 보여준 파격 실험들은 금융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토스뱅크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상품이 단 1개라는 것. 여신상품과 수신상품, 카드상품이 각각 1개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인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은행 서비스를 담은 것도 특징이다. 토스 앱에서 간편송금부터 은행, 증권, 보험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가 증권과 은행, 간편송금을 모두 아우르는 ‘원 플랫폼’ 전략을 내세우는 만큼, 이전에 토스 앱 사용자 상당수가 무난하게 토스뱅크로 흡수될 것”이라며 “토스 플랫폼 평가 척도로 활용되는 월간 순방문자(MAU)가 12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스뱅크 이용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은행앱 중 사용자수(안드로이드 기기 기준)가 가장 많은 곳은 지난달 은행 사업을 개시한 토스다. 지난 4월엔 월이용자수(MAU)가 835만명 수준으로 국내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뱅(841만명)보다 적었는데, 9월엔 뱅킹 서비스 탑재를 앞두고 1102만명까지 올라 6개월 만에 32%가 증가했다. 은행앱 첫 1000만 돌파다.

토스뱅크 출범 후 한달이 지난 지금,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선두주자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해 수신 금리를 높이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토스뱅크의 수시입출금통장 ‘토스뱅크 통장’이 금액과 기간 제한 없이 연 2% 금리를 주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홍 대표는 “시중은행은 특판을 통해 고금리 상품을 한정해 판매하고 높은 금리를 받으려면 수많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며 “토스뱅크 고객은 아무런 조건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신용대출상품도 한 개다. 최성희 토스뱅크 여신상품 프로덕트오너는 “A은행의 대출상품이 25개, B은행 대출상품이 40개로 직업과 신용도에 따라 수많은 대출상품이 존재해 (고객이) 수많은 상품을 직접 비교하고 발품을 팔아야 했다”며 “토스뱅크에선 고객의 불편함을 없애고 단 한 번의 조회로 최고 수준의 대출을 받는다”고 말했다. 

토스뱅크의 대출 금리와 한도는 다른 인터넷은행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높다. 토스뱅크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0월 5일 기준 최저 연 2.76%, 최고 연 15.00%다. 금리 범위가 넓은 이유는 고신용자뿐만 아니라 중·저신용자까지 끌어안기 위해서다.

현재는 신규대출이 중단된 상태지만 토스뱅크가 단 10일간의 여신 영업기간에 무려 3분의 1 이상을 중금리대출로 실행했다는 점도 기대를 뛰어넘은 성과다. 이는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중금리대출 비율이다. 평균 금리도 7%로, 은행권 한도인 10% 이하보다 낮은 수준이다. 토스뱅크는 지난 5일 출범한 이후 영업 일주일 만에 여신금액이 3970억원에 이르렀고, 영업 10일간 실행된 대출 건수는 총 2만3930건에 달했다. 1인당 평균 약 2000만원씩 대출을 받아간 셈이다. 

토스뱅크의 주력 상품인 체크카드도 카드사 본업인 카드 결제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토스뱅크가 내세운 체크카드는 국내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대중교통, 택시 요금 등 각 영역에서 매일 300원씩 최대 1500원까지 캐시백(현금 환급)을 해준다. 모든 혜택을 챙기면 매달 최대 4만6500원을 챙길 수 있다. 산술적으로 연간 기준 55만8000원까지 현금으로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모든 은행 ATM기에서 입·출금을 하거나 이체를 할 경우, 수수료 역시 횟수 제한 없이 면제된다.

이와 별도로 해외에서 카드를 결제하면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사용액 3%를 바로 환급해준다. 이 때문에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구(직접구입)를 자주 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커뮤니티에서 토스카드는 소위 ‘체리피킹(cherrypicking·입맛에 맞는 혜택만 챙긴다는 뜻)’용 카드로 출시 이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그동안 전업 카드사들은 체크카드에 연회비를 물리지 않는 대신, 이렇다 할 혜택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토스뱅크의 등장은 결제시장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강력한 금리정책 수신상품을 내놓고 원 플랫폼을 앞세워 이용자 확대도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경쟁 은행 입장에서는 다방면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