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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번식력과 공격성이 강해 농작물 피해는 물론 생태계까지 파괴하는 악성외래종인 붉은불개미 2개 군체(1,000여 마리)가 얼마전 전남 광양항에서 발견되어 긴급방제를 한 적이 있다. 또한 치료제가 없어 과일나무의 구제역이라 불리는 과수화상병의 올해 전국 피해면적은 6월초 기준 328농가 155.4ha에 달한다.
과수화상병과 같은 외래병해충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피해면적이 2016년(61.7㏊), 2018년(165.6㏊), 2020년(492.7㏊)로 5년동안 무려 8배 가량 급증했다. 또한 같은 기간 수입식물 검역과정에서 농작물 피해를 야기하는 외래병해충이 무려 71종이나 신규로 검출되었다.
지난 100년 동안 국내에 유입된 외래병해충은 총 89종(병 42, 해충 47)이고 이 가운데 34종이 2000년 이후에 국내에 유입되었다. 염려되는 건 이같은 외래병해충의 국내 유입이 향 후 크게 증가할거라는 전망이다. 원인은 주로 기후변화인데,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외래병해충이 우리나라에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최근 식량안보의 개념과 마찬가지로‘바이오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는 추세이다. 바이오안보란 생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자는 의미를 지닌다.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선제적인 예찰과 국제적인 정보공유가 매우 중요하다. 바이오안보는 인간생명과 직결되는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농업부문에서는 가축방역과 식물방역이 바이오안보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이처럼 바이오안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식물방역에 대한 전담조직 등 전문적인 대응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식물병해충 피해는 매년 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발생 통계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으며, 방제나 치료제관련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비단 전문인력 부재만이 아니다. 식물병해충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내 전담부서도 없는 상태이다. 단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식물병해충 검역업무를 맡고 있고, 농업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주업무인 농촌진흥청에서 예찰과 방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부문의 바이오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식물병해충의 위험성을 경시해서는 안된다. 식물병해충에 대한 경각심과 발 빠른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앙부처에서 각 지자체로의 빠르고 정확한 정보전달과 대응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이상기후로 식물병해충 발생 빈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대응 못지않게 식물병해충 방역을 전담하는 시스템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농협안성교육원 최현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