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요소수 품귀’ 쓰나미가 민간·공공 전반을 덮치고 있다. 배송 물량이 몰리는 연말 특수를 앞두고 화물·택배 물류 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한두달 내 요소수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구급차·소방차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차량도 전면중단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번 파동은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중국이 외교적 갈등을 빚는 호주산 석탄을 수입 중단한 지 벌써 1년이나 됐고 요소수 수출 제한이 이뤄진 것도 20일이 흘렀다. 이는 ‘수박 겉핥기 식’의 ‘뒷북 행정’이 초래한 전형적 재앙이다.
앞서 지난 9월 말 산업부는 에너지 차관 주재로 국내 에너지 수급 동향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중국 전력난, 석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 우려가 가중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어쩌면 요소수 품귀 대란은 당시 정부가 국내 에너지 수급 동향 점검에 나설 때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 석탄 부족이 미칠 여파를 수박 겉핡기 수준으로 파악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요소수 파동의 타격을 우리나라가 유독 심하게 받고 있다는 점이다. 디젤 비중이 40% 이상인 유럽연합(EU)은 타격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요소수 공급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다. 그러나 한국은 올 들어 9월까지 수입한 산업용 요소의 97.6%가 중국산으로, 지난해(88%)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 수입물량 전부를 중국에 의존하는 셈이다.
현재 10배 웃돈을 줘도 요소수를 구하기 어렵다.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차 최고 속도는 20㎞로 떨어지고, 화물차 기사들은 발이 묶여 생업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국을 방문해 설득하겠다는 등 중국의 선처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2019년 7월 일본이 소재·부품·장비 수출을 규제했을 때와 비교된다. 수출 규제 원인에 차이가 있단 점을 감안해도 중국·일본을 대하는 정부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일본이 반도체·OLED에 쓰이는 3가지 핵심 소재·부품의 한국 수출을 제한했을 때 정부는 초강경으로 대응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거론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일본 의존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며 ‘소부장 대책’까지 내놨다.
정부는 사드 사태 이후 경제적 보복을 당하는 등 매번 뒤통수를 맞으면서도 중국에 대한 짝사랑을 계속 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같은 분쟁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의 경우엔 이번처럼 중국이 수출줄을 끊으면 핵심산업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선 현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 적극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