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계속된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의 끝이 드디어 오고 있는 것일까. 세계 각국이 차례로 ‘위드 코로나’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온전한 코로나 종식 선언은 아니다.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경제가 무너질 위기를 맞자 코로나로부터 완전 해방 대신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타협을 택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무너지는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정복이 늦어지자 차선책으로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코로나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이제 막 단계적 일상회복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에 깨어진 평범한 일상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솟아나고 있다. 그동안 무려 2년에 가까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의 파괴됐고,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기로에 처하게 됐다.
방역지침으로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조금이나마 한숨을 돌리게 됐다. 시민 개개인의 억눌렸던 사회생활에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 아쉬움은 있지만 어쨌든 불행 중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당장 첫날부터 거리의 상업시설들에는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음식점 사장님들은 모처럼의 두 자릿수 손님 예약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손님들도 ‘이렇게 모이는 게 얼마만이냐’며 곳곳에서 감개무량해 했다는 증언들이 들려온다.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은 오래 지속되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위드 코로나 전환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저 멀리 네덜란드에선 확진자 증가로 방역을 다시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방심하면 순식간에 한국의 ‘위드 코로나’도 종료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로 여겨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택한 해외 국가들 가운데 확진자가 급증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영국은 ‘위드 코로나’ 이후 하루 5만 명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또, 싱가포르는 백신접종 완료율이 84%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하루 확진자가 5000명 이상 발생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완화된 방역조치로 초심마저 버리고 방심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상황이 벌어진 다음에 대응하면 언제나 늦다. ‘위드 코로나’ 속 확진자 급증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지,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지는 않는지 방역 당국에서 한발 앞서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연말로 향해가는 시점인 만큼, 현장에서는 풀어진 마음을 다잡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완벽한 백신, 치료제가 나오지 않고 있는 현재로선 결국은 방역 수칙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같은 노력을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만 요구해선 안 된다. 개인도 노력을 더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첫날 밤, 벌써부터 유흥가, 클럽에서는 마스크가 쉽게쉽게 내려가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위드 코로나’ 시대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개인 방역 수칙을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