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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플렌 박성기 대표이사] 은행이 소상공인 법인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서류를 요구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법인체크카드나 OTP(1회용 비밀번호)가 만기 기한이 지나서 새로 발급을 받는 경우 법인인감증명서‧법인등기본등본 이외에 주주명부까지 요구한다.
주주명부는 투자자의 신상 정보와 투자 금액, 지분관계가 기록된 문서로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회사에 있어서는 내부 비밀문서에 해당된다. 주주 중에는 자신의 투자 내용과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주주명부를 기업 대출도 아닌 법인체크카드나 OTP 발급에 요구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난해한 처사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를 제 3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다.
규모가 있는 기업인 경우 주주가 수십명에 달할 수도 있으며, 주식시장에 상장된 법인은 주주명부를 폐쇄하기 전에는 주주 수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렇기에 주주들에게 법인체크카드나 OTP 발급을 위해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기업들은 명부 제출을 망설이거나 명부를 요구하지 않는 은행으로 거래를 옮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업자가 금융거래 개설을 위해 계좌를 만들 때 과도한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금융계좌가 아닌 기존 계좌를 이용하기 위해 법인체크카드나 OTP 발급에 까지 과도한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큰 문제다.
우리은행이 주주명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디에 사용하려고 이를 요구하는 것일까? 우리은행 각 지점 실무자들은 아무도 이유를 모르고 있으며, 은행 본점 지시에 의해 무조건 받는다고 대답할 뿐이다. 그렇다면 상장회사들에게도 수천명, 수만명 되는 주주명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인가?
갱신 시점을 놓친 은행의 법인체크카드나 OTP 발급은 절차가 신규 발급과 동일하다고 하지만 이미 거래 중인 기업들이며, 제출을 요구하는 법인인감증명서와 법인등기부등본, 대표이사 신분증이나 위임장, 대리인 신분증, 기존 계좌 등의 확인만으로도 기존 고객이 맞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명부까지 요구하는 것은 은행 내부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불온한 목적의 정보수집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은행에 이의제기하면 흔히들 금융감독원의 지시라고만 할뿐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개인신상정보와 투자정보가 들어 있는 주주명부 수집을 금융감독원이 지시했다면 금융감독원에서 그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하며, 우리은행의 단독 결정이라면 우리은행이 공개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은행의 주주명부 요구행위는 납득이 안되며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은행은 더 이상 주주명부를 요구하면서 기업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몰고 가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