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경찰서 경무과 행정관 김주현
[매일일보] 2021년 1월 26일 민법 제915조 “부모의 징계권” 조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법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이 사회가 변화했으면 하는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부모의 징계권 조항은 1958년 제정되고 1960년에 시행된 민법에 처음부터 규정되어 있었다. 일본 민법에 규정되어 있던 부모의 징계권(일본 민법 제822조) 규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한다.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고 자녀에 대한 전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사회적 현실이 반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새로운 현실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거나 기존의 법을 개정· 폐지함으로써 현실의 필요를 민감하게 반영해 나가야 한다. 부모의 징계권 조항의 삭제도 바로 그러한 현실이 반영된, 또는 그랬으면 하는 소망이 담긴 결과이지 않을까?
아동학대를 금지하는 법은 60여 년 전 아동복리법의 제정으로 시작되었다. 그때도 법은 이미 현실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우리 아이들은 아동학대의 공포 속에서 숨죽여 살아가거나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간절한 소망을 담아 ‘지향했던 현실’이 아직도 ‘우리의 현실’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가장 안전하고 사랑받아야 할 가정에서 부모에 의한 학대가 아동학대 신고 건수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 믿을 수 없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사실이다.
우리 아이들은 보호를 받아야 할 가족 구성원이지 징계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모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말처럼 부모는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지 말고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 존중과 사랑을 바탕으로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아동 4대 권리를 누리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며, 병아리를 품은 어미 닭처럼 따뜻하게 우리의 아이들을 품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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