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통계청이 내놓은 8월 비정규직 수치는 806만6000명으로 일 년 사이 64만 명이나 급증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38.4%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 정규직은 9만4000명 감소하고, 비정규직은 64만 명 증가했다. 2003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많은 노동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잃은 결과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Temporary workers’ 기준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28.3%로 지난해(26.1%)보다 2.2%포인트 늘었다. 유럽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스페인(24.1%)보다 높고, 지난해 기준 OECD 회원국 중에서 비정규직 비율 1위였던 콜롬비아(27.3%)보다도 높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통계만 따지면 사실상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이 OECD 회원국 중에서 1위를 차지한 셈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대비 임금 비율은 2020년에 52.9%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뒤, 2021년 현재에도 여전히 회복 수준이라고 결코 볼 수 없는 수준(53.0%)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일자리 안정성이 더 열악한 취약 환경 노동자들이 늘어난 결과이다. 상위 20% 정도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를 제외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이 저숙련 노동과 저임금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 질은 더 나쁜 노동들로 대체 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는 세상의 많은 약자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휘몰아친 고통의 시간이다. 그리고 다시 일상을 회복한다고 해도 이미 커진 계층 간 격차만큼이나 앞으로도 쉽게 약자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 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우리 사회에 남긴 코로나19의 흔적은 더 농후해진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임을 기억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급여나 각종 사회보험, 퇴직급여와 상여금 등 각종 복지혜택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는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800만명, 비정규직 OECD 1위 국가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최소한 한국 사회도 비정규직이란 이유만으로 근로자들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혜택까지 빼앗고 차별하는 것만은 하지 말아야 할 때가 됐다.
1997년 IMF사태 이후, 2008년 금융위기, 2019년 코로나19로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화가 되고 있을 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제 ‘나부터 잘살고 보자’ 식의 각자도생보다는 ‘나 역시 최악의 상황에 떨어질 수 있다’는 공감대를 토대로 보편복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