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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PR 기자] 최근 종영된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술꾼 도시여자들’이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 9회의 유료 가입자 기여 수치는 전주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며 일일 가입 기여 최고 수치를 갱신했다. 특히 사람들의 공감을 받은 장면은 주인공 안소희(이선빈)의 아버지의 장례식 장면이다. 이 장면은 기존의 드라마에서 짧게 지나갔던 장례식 장면을 장례 절차부터 입관식까지 자세하고 현실감 있게 풀어냈다. 그리고 그러 연출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기존에 드라마에서 놓치고 있었던 디테일을 살렸기 때문이다.
인간은 구체적인 메시지에 공감한다. 구체적인 메시지는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이 그 상황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것에 공감하고 그러한 공감을 통해 그 메시지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구체적이지 않은 메시지는 진부하다고 치부되고,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되기에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 그리고 전달되지 않는 메시지는 죽은 메시지이다. 매년 급격하게 늘어가는 매체들,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디테일’이라는 무기가 필요하다.
‘아프리카 난민을 도웁시다’라는 메시지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 나이가 몇 살이고 이름은 무엇인 소녀가 굶어 죽어 가고 있습니다’라고 해야 사람들은 움직인다. 19세기를 대표하는 러시아의 극작가 안톱 체홉(Anton Pavlovich Chekhow)은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말하지 말라. 차라리 깨진 유리조각에 비친 달을 보여 달라”라고 했다. 당연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디테일을 말해야만 사람들이 그 메시지를 머릿속에 그리며 공감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상실의 시대’저자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도 소설을 쓸 때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자동차를 자동차라고 하지 않고 ‘도요타 캠리’라고 썼으며, 총을 그냥 총이라고 하지 않고 ‘베레타92’라고 썼다. 그는 오디오, 시계와 같은 일상생활 물품들의 묘사도 매우 구체적으로 표현하며 캐릭터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디테일이 인간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트윈 선도기관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2021년에 제작한 20초짜리 유튜브 광고영상에서‘디지털트윈’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우리 생활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들에 빗대어 쉽게 풀어냈다. 캠핑장에서의 갑작스러운 폭우, 화장실에서의 똑 떨어진 휴지, 주차장에서 튀어나온 강아지 등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보여주며 디지털트윈의 핵심 키워드인‘예측’기술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인생은 예측불가? 기술은 예측가능?’이라는 메시지를 디테일한 생활 속 상황을 통해 전달한 이 광고 영상은 100만 회를 넘기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타인이 하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누구나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 공감 가는 이야기라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흥미와 관심을 갖는다.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다. 같은 묘사를 하더라고 겉핥기식으로 표현한다면 남의 이야기가 되지만 디테일한 묘사를 한다면 내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술꾼 도시여자들’이 디테일을 통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메시지에 디테일을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